전체기사

[김세영의 마니아썰]박인비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2016-06-08 13:16

▲LPGA데뷔10년째를맞는박인비가명예의전당에가입한다.하지만그는올시즌슬럼프조짐을보이고있다.지난10년을뒤로하고,새로운10년설계할박인비로서는박세리의길을다시한번되짚어볼필요가있을것같다.사진편집=박태성기자
▲LPGA데뷔10년째를맞는박인비가명예의전당에가입한다.하지만그는올시즌슬럼프조짐을보이고있다.지난10년을뒤로하고,새로운10년설계할박인비로서는박세리의길을다시한번되짚어볼필요가있을것같다.사진편집=박태성기자
박인비가 이번 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올 시즌 박인비의 10번째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를 치르면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마지막 조건인 ‘투어 생활 10년’의 조건을 충족한다. LPGA 명예의 전당 입회는 한국 선수로는 2007년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다.

명예의 전당 입회는 선수에게는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다. 가입에 필요한 포인트를 채우기도 힘들거니와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대 가입자는 모두 24명인데, 그 중 포인트를 채워 입회한 선수는 2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LPGA 투어 발전에 공로가 컸던 다이나 쇼어는 ‘명예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주디 랜킨(2000년)과 도나 카포니(2001년), 메를린 헤이지(2002년)는 은퇴 후 회원 투표를 통해 헌액됐다.

박인비의 골프 인생을 되돌아보면 ‘10년 주기설’이 떠오른다. 박인비가 골프에 입문한 건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발휘할 때다. 당시 10세이던 그는 박세리의 우승에 감명을 받았고, 이후 매일 7시간 넘게 골프채와 씨름하며 샷을 가다듬었다.

‘소녀 박인비’의 꿈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완성됐다. 자신의 우상이던 박세리가 우승했던 US여자오픈에서 사상 첫 10대(19세11개월17일) 우승자가 됐다. 박세리의 대회 최연소 기록(20세9개월9일)을 갈아치우며 한국인으로는 다섯 번째 ‘메이저 퀸’이 됐다.

박인비는 그러나 이듬해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박인비는 “당시는 대회에 출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윙과 정신력이 무너진 때”라고 말한다. 남편 남기협 씨를 만나 스윙을 바꾸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해 4년 만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해 올해 10년째를 맞는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시즌 성적은 좋지 않다. 슬럼프 징조다. 시즌 개막전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해 한동안 쉬웠던 그는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다. 한 달 가량 쉰 뒤 복귀했던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후 기권했고,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도 84타를 친 뒤 경기를 포기했다.

올 시즌 9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톱10에 입상한 건 딱 두 차례에 그쳤다. 기아클래식 준우승과 ANA 인스퍼레이션 공동 6위다. 나머지 7차례 대회에서는 기권 3회, 컷 탈락 1회, 그리고 공동 30위 이하의 성적을 냈다. 최근의 2개 대회는 화려한 대관식을 앞두고 10개의 대회 수를 채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참가처럼 비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박인비의 부진을 부상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기도 한다. ‘이룰 것 다 이뤄 목표 의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박세리도 밟아보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했고, 명예의 전당 가입도 확정을 한 그에게 더 이상 동기부여가 없다는 거다.

박인비의 롤 모델이었던 박세리 역시 지난 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를 모두 채운 후 2년여간 깊은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박세리 골프 인생 최대의 고비였다.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가도 제출했던 그는 골프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슬럼프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박인비는 지난해 새로운 목표로 ‘올림픽’을 설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카 바이러스’와 부상 탓이다. 기혼자인 박인비에게 출산은 민감한 주제다. 혼자만의 것이 아닌 남편과 ‘미래의 아이’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의 건강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골프는 야외에서 치러지는 종목이기에 더욱 걱정이 크다.

올 초부터 이어진 부상과 그로 인한 경기력 저하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세계 랭킹 2위인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이 거의 확실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메달 가능성이 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는 ‘아름다운 양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박인비 본인이 이에 관해 언급한 적은 없다.

지금껏 골프만 바라보고 왔던 박인비에게 명예의 전당 입회와 올림픽, 그리고 슬럼프 조짐 등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로골퍼가 아닌 한 여자와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다.

박인비는 이제 투어 10년 만에 새로운 기로에 섰다. 그가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알 수 없지만 롤 모델이었던 박세리의 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