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스위스 벵엔에서 열린 월드컵에 나선 정동현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2609304809574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영어 giant slalom은 노르웨이어에서 유래한 ‘슬라롬(slalom)’에 ‘거대한, 커다란’이라는 뜻의 ‘자이언트(Giant)’가 결합된 합성어이다. 기존의 일반 회전(slalom)보다 기문의 간격이 훨씬 넓고, 코스가 길며, 회전 반경이 거대하다는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이름에 담은 것이다.
근대 서구 스포츠가 일본으로 들어올 때, 일본 체육계는 'giant'를 한자 ‘클 대(大)’로 번역하고, 'slalom'은 이미 정착해 있던 ‘회전(回転)’을 그대로 사용하여 ‘대회전(大回転, 다이카이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으로 스키에서 대회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9년 12월9일자 ‘明治神宮大會(명치신궁대회)冬季競技(동계경기)諸般規定(제반규정)을發表(발표)’ 기사에서 ‘일반여자대회전(一般女子大回轉)은삼(三)키로 표고산삼백오십(標高山三百五十)의 난(難)코—스에서 행(行)한다 스케—트는종래실내(從來室內)링크에서 행(行)하던 수상(水上)학키—와피—규어도 요해(蓼海)링크에서스케—트경기(競技)를 전부거행(全部擧行)할터인데’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1952년 오슬로 동계올림픽에서 대회전이 국제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 일본의 메이지신궁대회 등에서 이미 대회전이라는 일본식 한자어가 쓰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체육계가 서구의 스키 규정과 종목을 받아들이며 만든 대회전이라는 단어가, 당시 조선의 언론(조선일보)을 통해 그대로 보도되면서 국내에 스며들었음을 명확히 증명하는 대목이다. 기사 속 ‘삼(3)키로 표고산삼백오십(표고차 350m)의 난코스’라는 표현에서 당시의 대회전 경기가 얼마나 거칠고 체력 소모가 컸는지를 엿볼 수 있다. 현대의 대회전보다 코스 길이(3km)나 환경 면에서 훨씬 거칠고 모험적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처럼 길고 험준한 비탈을 거대하게 돌아 내려오는 특성 때문에 대회전이라는 이름이 직관적으로 잘 어울렸을 것이다.
사실 대회전은 올림픽에 채택되기 전, 1950년 미국 아스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먼저 치러졌고, 그 성공에 힘입어 곧바로 올림픽 종목으로 직행했다. 초기에는 이틀에 걸쳐 경기를 치르기도 했으나, 점차 선수들의 안전과 방송 중계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현대에는 1일 2주행(2 Runs) 방식으로 정착됐다. 두 번의 주행 기록을 합산해 최종 메달 주인을 가린다.
대회전은 회전보다 기문 간격이 넓고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시속 80~100km 이상), 스키어의 물리적 파워와 완벽한 에지 제어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 때문에 대회전 우승자는 당대 '가장 완벽한 스키어'라는 찬사를 받는다.
알파인 스키의 역사적인 영웅들이 대거 이 종목을 거쳐 갔다.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톰바, 오스트리아의 헤르만 마이어, 그리고 '스키 황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마르첼 히르셔 등이 올림픽 대회전 무대에서 지배적인 실력을 뽐냈다. 활강의 속도와 회전의 기교가 완벽한 황금 비율로 만난 대회전은 올림픽 역사 속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고 우아한 레이스로 사랑받아 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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