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LG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강렬하게 새길 수 있는 투구를 펼쳤다.
7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상대로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도 없었고, 볼넷도 없었다. 투구 수는 고작 74개.
그야말로 퍼펙트 게임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7이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염경엽 LG 감독은 예정된 투구 수 관리 방침에 따라 8회 마운드를 카라스코에게 맡기지 않았다. 선수 보호와 선발 투수 관리 차원의 결정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LG 불펜은 카라스코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흐름을 지켜내지 못했다. 두산에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동점까지 내주면서 카라스코의 승리 요건은 사라졌다. 74구 퍼펙트 피칭도, 데뷔전 승리라는 완벽한 시나리오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팬들의 아쉬움이 커지는 이유는 단순히 승리를 놓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퍼펙트 게임이라는 기록은 투수 인생에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순간이다. 특히 카라스코는 투구 수가 많지 않았고, 경기 내용도 완벽했다. 충분히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염경엽 감독의 선택에도 명분은 있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 관리는 필수다. 한 경기의 기록을 위해 무리하게 던지게 했다가 핵심 선발 투수를 잃는다면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22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7이닝 퍼펙트, 13탈삼진을 기록하고도 8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다저스는 부상 이력과 시즌 운영을 고려해 교체를 선택했다.
2016년 리치 힐 역시 7이닝 퍼펙트 상황에서 89구를 던진 뒤 교체됐다. 이유는 손가락 물집 부상 방지였다.
결국 같은 논쟁이었다. 기록과 낭만인가, 선수 보호와 관리인가. 하지만 이번 LG의 상황은 조금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카라스코는 단 74개의 공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투수의 컨디션과 경기 흐름이 모두 최고점에 올라온 순간이었다. 그런 특별한 순간까지 일반적인 관리 기준으로만 판단해야 하는지는 논쟁의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교체 이후 결과였다. 감독이 관리 야구를 선택했다면, 그 선택은 결국 팀 승리로 이어져야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LG는 카라스코가 만들어 놓은 승리와 역사적인 기록 가능성을 모두 잃었다.
염경엽 감독의 결정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74구 퍼펙트는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LG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역사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너무나 아프게 돌아왔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