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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61] ‘씨름’과 ‘스모’의 어원을 비교해보면

2026-04-21 06:51

설날장사 씨름대회
설날장사 씨름대회
한국과 일본 전통 스포츠 ‘씨름과 ’스모‘는 겉으로 보면 매우 닮았다. 두 선수가 서로를 붙잡고 균형을 무너뜨리려 하며, 힘과 기술, 그리고 순간의 판단이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비슷하게 보이는 두 경기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두 문화가 ‘겨루기’를 어떻게 이해해왔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씨름이라는 말은 조선 후기부터 문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18~19세기 문헌과 풍속 기록에서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확인된다. 씨름 자체는 훨씬 오래된 민속놀이다. 고구려 벽화 등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며, 고려와 조선 초기에는 한자어로 ‘각저(角抵)’, ‘각희(角戱)’, '각력(角力)'같은 이름이 사용되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한자 원문으로 각력이라는 말이 4회 검색되며 국역으로 씨름이라는 말이 15회 등장한다. 따라서 씨름과 같은 놀이는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씨름이라는 순우리말 명칭은 조선 후기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씨름의 어원은 정확히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몇 가지 유력한 설이 제시된다. 먼저 ‘씨’(힘·기운)와 ‘-름’(행위)의 결합이라는 설명이다. ‘씨’는 옛말에서 기운, 즉 힘의 근원을 뜻하는 말로 해석되며, 여기에 명사형 어미 ‘-름’이 붙어 ‘힘을 겨루는 행위’라는 뜻의 ‘씨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씨다’(겨루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씨다’라는 고어가 ‘다투다’, ‘겨루다’의 의미였고, 여기에 ‘-름’이 붙어 ‘씨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시름’(걱정)과의 음운 변화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의미상의 연관성이 약해 크게 지지되지는 않는다. (본 코너 1751회 ‘왜 '씨름'이라 말할까’ 참조)

씨름이라는 단어는 특정한 기술이나 동작을 지칭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 서서 힘을 시험하는 상황 전체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씨름은 ‘행위’라기보다 ‘관계’에 가까운 말이다. 상대와의 긴장, 균형, 그리고 버팀의 감각이 단어 속에 녹아 있다.
 일본 스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스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스모는 ‘相撲(すもう)’이라고 적는다. 씨름에 비해 비교적 명확한 어원 설명이 가능하다. 이 단어는 고대 일본어 동사 ‘스마우(争う, sumau)’에서 유래했으며, 의미는 “다투다”, “경쟁하다”이다. 여기에 한자 ‘相撲’가 결합되면서 현재의 형태가 굳어졌다. ‘相(서로 상)’과 ‘撲(칠 박)’이 합쳐져 “서로 부딪치며 겨룬다”는 뜻을 이루는데, 이는 경기의 물리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즉 스모라는 명칭은 충돌과 접촉, 그리고 힘의 교환이라는 구체적인 장면을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씨름과 스모의 차이는 단순히 언어의 차이를 넘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로도 읽힌다. 씨름이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긴장과 균형을 암시한다면, 스모는 충돌과 대결이라는 순간의 역동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자가 ‘버티고 견디는 힘’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후자는 ‘부딪치고 밀어내는 힘’에 더 가까운 셈이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는 두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 씨름에서도 과감한 공격이 필요하고, 스모에서도 균형 감각은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에 담긴 어원의 결은 각 문화가 이 경기를 어떻게 개념화했는지를 은근히 드러낸다. 언어는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씨름과 스모는 같은 몸의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의미를 번역해온 두 문화의 결과물이다. 하나는 관계의 긴장으로, 다른 하나는 충돌의 순간으로. 그리고 우리는 그 차이를, 단어 하나에서부터 읽어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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