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골퍼가 티박스에서 샷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화면,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5060232086415e8e9410871751248331.jpg&nmt=19)
tee 어원은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작은 흙더미를 뜻하는 ‘teaz, teise’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초기 골프에서는 나무 받침이 없었고, 모래를 살짝 쌓아 공을 올려놓았다. 그 모래 둔덕을 가리키는 말이 tee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19세기 말 나무 티가 발명되면서 오늘날의 의미로 정착했다. (본 코너 36회 ’왜 ‘티(Tee)'라고 말할까’, 1693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샷'을 '첫치기'라고 말할까’ 참조)
box는 본래 상자를 뜻하는 고대 영어 ‘box’ 또는 ‘boxe’에서 왔다. 골프에서 box는 네모난 공간, 구획된 장소를 뜻한다. 실제 티잉 구역은 직사각형 형태로 표시되기 때문에 box라는 표현이 붙었다.
우리나라 언론은 골프 대중화 바람이 분 1980년대 이후 티박스라는 말을 본격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버러리에 따르면 1981년 10월17일자 ‘美(미)네스미드少領(소령)의 想像(상상)골프’ 기사는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미 육군소령 네스미드가 포로 수용소에 5년반을 구금생활을 하면서 상상 골프를 했다며 티박스라는 말을 썼다.
북한 골프에서 티박스를 ‘타격대’라고 말한다. ‘타격(打擊)’은 공을 친다는 의미이며, ‘대(臺)’는 일정한 장소를 의미한다. 공을 치는 장소라는 뜻인데 영어 티박스를 기능 중심으로 재해석해 명명한 것이다.
타격대라는 말은 일상적으로는 ‘돌격대’나 ‘전투단위’를 연상시키는 군사적 표현이기도 하다. 북한 사회에서 타격대는 건설·노동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집단을 뜻하는 긍정적 용어로 자주 쓰인다. 따라서 골프에서도 개인적 여가 스포츠의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보다 조직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활동처럼 표현하려는 문화적 맥락이 스며 있다.
북한은 해방 이후 외래어를 줄이고 토박이말이나 한자어로 순화하는 정책을 지속해 왔다. 스포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낯선 외국어 대신 누구나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말로 바꾼 것이다.
골프는 영국에서 시작된 서구적 전통이 강한 종목이다. ‘The Open Championship’ 같은 대회가 상징하듯 오랜 역사와 관습을 중시한다. 남한은 이런 전통과 용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 사용한다. 반면 북한은 같은 종목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어만큼은 자국식 체계로 재편한다.
결국 티박스와 타격대의 차이는 골프장의 풍경이 아니라 사회의 풍경을 비춘다. 하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원어를 자연스럽게 차용한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를 통해 체제의 자립성과 규범을 드러내려는 선택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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