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옌청의 가장 무서운 점은 검증된 내구성과 경기 운영 능력이다. 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2군에서 6시즌을 소화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법을 몸에 익혔다. 특히 지난해 이스턴리그에서 10승을 거두며 다승 2위에 오른 기록은 그가 단순히 '가성비 좋은 선수'가 아님을 입증한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이 100구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점은 초반만 버티면 무너지던 과거 외국인 투수들과 궤를 달리한다.
KBO 타자들이 그를 공략하지 못할 경우, 리그에 미칠 파장은 실로 파괴적이다. 현재 KBO 리그의 고액 연봉자 대부분은 좌타자다. 150km대 강속구와 일본 특유의 날카로운 슬라이더, 여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까지 장착한 왕옌청은 이들 좌타 라인을 봉쇄할 최적의 '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국내 대표급 타자들이 연봉 20만 달러의 아시아 쿼터 선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KBO 리그의 수준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이는 곧 토종 에이스들의 자존심 문제로 직결된다. 안우진, 문동주, 원태인 등 리그를 대표하는 1, 2선발급 투수들이 왕옌청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경우, 국내 투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일본 1군도 아닌 2군 에이스 한 명에게 리그 마운드가 점령당했다'는 비판은 한국 야구계에 씻기 힘든 굴욕을 안겨줄 것이다.
더 나아가 왕옌청의 성공은 '일본 2군 투수 영입 러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제2, 제3의 왕옌청을 찾을 것이다. 아시아 쿼터로 들어와 리그를 씹어먹고, 이듬해 1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는 '정식 외국인 선수'로 승격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국내 투수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은 KBO 타자들에게 넘어갔다. 왕옌청이 던지는 150km의 강속구와 정교한 수 싸움을 시즌 초반에 깨부수지 못한다면, 2026년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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