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용은 "선수들은 같은 조건이면 대부분 기존 팀에 남고 싶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KIA의 전력 구성과 협상 분위기가 최형우의 결정을 흔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KIA에는 이미 왼손 거포 자원이 많은 편"이라며 "굳이 최형우를 잡지 않은 이유도 그쪽(좌타 라인업) 포화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은 중심 타선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삼성은 클린업 트리오가 필요한 팀"이라고 했다.
협상 과정의 '섭섭함'도 거론됐다. 임창용은 "협상을 많이 해봤지만, 섭섭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선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적 미세한 차이를 설명했다. 구단은 괜찮다고 해도 선수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임창용은 '은퇴식 예우'에 주목했다. 그는 "KIA에서 은퇴하는 것과 삼성에서 은퇴하는 것은 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KIA에는 레전드들이 은퇴식을 제대로 못한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랬다. 반면 삼성은 오승환을 비롯해 과거 레전드들도 예우가 확실했다. 그런 부분이 최형우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창용의 이런 분석이 더욱 무게감을 갖는 이유가 있다. 그는 삼성과 KIA 두 팀 모두에서 뛴 경험이 있는 거의 레전드 투수다. 두 구단의 문화, 선수 대우, 내부 분위기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알고 있는 만큼 그의 발언은 일반적 해석과는 다른 현실적 설득력을 더한다.
FA 시장 최대 화제인 최형우의 삼성행. 임창용의 시선은 조건표와 액수를 넘어, '구단이 선수를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본질적 문제까지 건드리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양현종에 대해서는 "운이 좋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임창용은 "한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건 큰 복"이라며 "KIA가 박찬호 등 잡아야 할 선수들을 놓치면서 예산이 남았고, 그래서 양현종에게 집중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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