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눈에 띄는 문제는 투수진의 불안정이다. 선발 마운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터커 데이비슨 교체 이후 새 외국인 투수도 기대만큼 버텨주지 못했고, 국내 선발들도 일정한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며 불펜에 과부하를 안겼다. 매일 혹사당한 불펜은 힘을 잃었고,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타선 역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주자가 꾸준히 출루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가 나오지 않는다. 12연패 동안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리그 최하위권으로, 외국인 타자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아졌다. 한국인 주축 타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공격 흐름이 끊기고, 점수 생산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감독과 프런트의 전략적 판단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중 교체 타이밍은 늦었고, 대타·불펜 운영에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카드가 부재한 채 선수단은 연패의 무게에 짓눌렸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심리적 요인이다. 장기 연패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갉아먹는다. 공격에서는 조급함이, 수비에서는 소극적 플레이가 늘었고, 패배주의가 팀 전체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도, 어떤 선수도 충분히 빛을 발하기 어렵다.
그러나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한 명의 선발 호투, 한 명의 중심 타자 반등만으로도 흐름이 뒤집히는 스포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책보다 멘탈 회복과 전략적 재정비다. 그리고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경기장과 응원석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격려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는 팬들의 메시지는 연패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은 '또 질 것'이라는 불안을 떨쳐내야 한다. '오늘은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을 되찾는 순간, 연패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롯데는 여전히 5위다. 가을야구의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구조적 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단 한 번의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패배의 민낯을 목도했지만, 반등의 씨앗 역시 아직 남아 있다. 팀이 균형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12연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가을야구 경쟁에 다시 뛰어들 수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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