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기에서 외국인 에이스 코디 폰세는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투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경기였다. 그러나 타선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경기 내내 침묵했고, 득점권 찬스마다 번번이 무너졌다. 에이스가 온 힘을 다해 던져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강팀을 자처하는 팀에게 치명적인 낙인과도 같다. 팬들 입장에서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만 남는다.
문제는 단순한 연패가 아니다. 팬들이 느끼는 불안의 본질은 지금의 경기력이 '2위 안주'라는 불길한 신호로 읽힌다는 점이다. 시즌 전반기 독수리의 날갯짓은 누구보다 힘찼다. '강팀'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았고, 1위를 두고 경쟁하던 팀이 바로 한화였다. 그러나 이제는 3~4위 추락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연패가 길어지면 팀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바로 옆집 롯데가 11연패 속에서 어떻게 시즌을 망쳐가는지, 팬들은 이미 똑똑히 지켜봤다.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 심각한 건 선수단의 무기력이다. 경기를 지더라도 싸우다 지는 모습은 팬들에게 위로가 된다. 하지만 지금 한화는 그런 기운조차 보이지 않는다. 중심타선은 침묵하고, 수비 집중력은 흔들린다. 더그아웃 분위기도 무겁다. '우리는 강하다'라는 자존심이 보이지 않는 순간, 연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팀 정체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야구는 분명 길다. 하지만 길다고 해서 방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길게 가려면 작은 경기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에이스가 던지는 날 반드시 승리를 챙기는 것, 작은 실수를 줄이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위기에서 주저앉지 않는 것. 이런 요소들이 쌓여야만 강팀이 된다.
지금 한화가 보여주는 모습은 '강팀의 초상'이 아니라 '과거의 한화'로 회귀하는 듯하다. 팬들의 기대를 다시 절망으로 바꿔놓는다면, 2위는커녕 5강 싸움조차 불투명하다.
한화는 시즌 전반기에 충분히 강팀의 기운을 증명했다. 이제는 그 기운을 위기에서 다시 꺼내 보여야 한다. 지금 당장 무기력과 안일함부터 털어내지 않는다면, '가을 독수리'의 비상은 또다시 땅바닥에 추락하고 말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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