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구단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관중 입장 수익, 중계권료, 모기업 홍보 효과가 전부다. 대부분의 구단이 대기업 산하에 속해 있어, 구단 운영은 본업의 수익 사업이라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렇기에 흥행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구단 운영을 정당화하는 핵심 명분이 된다.
관중이 줄고 관심이 식으면, 모기업은 구단 운영의 이유를 잃는다. 실제로 프로야구 역사에서 해체된 구단 대부분은 흥행 부진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KBO가 흥행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언론 역시 프로야구 흥행에 이해관계를 갖는다. 야구는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 광산'이자, 독자 클릭을 보장하는 인기 소재다. 따라서 언론은 의도적으로 흥행을 과장하거나, 흥행을 강조하는 보도를 반복한다. "매진 행렬", "역대 최고 관중 수치" 같은 프레임은 리그·구단·언론 모두에게 윈윈이다.
결국 KBO는 구단-리그-언론이 하나의 '흥행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구조가 리그를 떠받치고 있다.
반면 MLB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MLB의 핵심 수익원은 천문학적 규모의 방송 중계권, 스폰서십, 라이선스, 글로벌 시장 확장이다. 단일 계약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전국 중계권료는 관중 수입을 훌쩍 뛰어넘는다. 관중 동원이 줄더라도 리그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다.
구단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KBO가 모기업 홍보용이라면, MLB는 개인이나 투자자 그룹 소유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구단을 '투자 자산'으로 보고 장기적 가치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관중 수입보다 구단 가치 상승과 자산 증식이 더 중요한 셈이다.
MLB 언론 보도는 흥행 프레임보다는 기록·전통·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양키스, 구단 역사상 첫 ○○ 기록", "오타니의 이적 드라마" 같은 식이다. 관중 집계보다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심층 보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흥행 부진이 지역 언론에서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KBO처럼 리그 전체 존립 위기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KBO에게 흥행은 곧 생존이다. 구단의 존속, 리그의 정당성, 언론의 먹거리까지 직결된다. 반면 MLB에게 흥행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큰 자본 구조와 글로벌 시장이 받쳐주기 때문에 '죽고 사는 문제'까지는 아니다. 대신 MLB는 세계화와 브랜드 가치 상승에 방점을 찍고 있다.
흥행에 목숨을 거는 KBO와, 자본을 바탕으로 여유를 갖는 MLB. 두 리그의 차이는 곧 프로야구가 뿌리내린 사회·경제적 토대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KBO가 앞으로도 안정적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수익 구조 다변화가 시급하다. 지금처럼 관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델은 경기력 하락이나 외부 변수(팬심 이탈, 경기 일정 축소 등)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둘째, 팬 경험 혁신이 필요하다. MLB가 경기 외적인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하듯, KBO도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선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문화 공간'으로 더 진화해야 한다.
셋째, 리그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스타 선수 해외 진출, 특정 팀 전력 불균형은 흥행을 위협하는 요소다. 안정적인 유망주 육성과 제도 개선 없이는 장기적인 흥행도 담보하기 어렵다.
KBO는 지금까지 '관중 동원'이라는 단기 지표로 흥행 성과를 측정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그 전체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확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흥행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생존의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KBO의 숙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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