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악명 높은'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대 신시내티 레즈전.
6회말 이정후는 볼카운트 투볼에서 상대 투수 헌터 그린의 시속 160.2㎞의 패스트볼을 퍼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으로 보였다. 하지만 타구는 워닝 트랙 앞에서 더 뻗지 못하고 우익수 글러브로 들어가버렸다. 타구 속도는 시속 167㎞에 달했다. 비거리는 117m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19개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될 만한 타구였다"고 했다.
이정후도 "넘어갈 줄 알았는데 바람이 안쪽으로 불었다. 환경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람의 손자'가 바람에 굴복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파크는 홈런이 나오지 않는 구장으로 '악명'이 높다. 넓은 데다 바람이 안쪽으로 불어 우월 홈런이 나오기 힘들다.
이정후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어쩌다 한번 넘기는 컨택형 교타자다. 따라서 오라클파크에서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신 2루타 타법으로 바람을 뚫을 필요가 있다.
지난 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펼친 타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기서 이정후는 2루타 2개와 단타를 생산했다. 하나는 1루 쪽 라인을 타고 가는 2루타를 쳤고, 또 하나는 윈바운드로 펜스를 넘기는 2루타를 터뜨렸다. 이전 경기에서는 3루 쪽 라인을 타고 가는 2루타를 만들었다.
홈런이 나오면 좋겠지만 이정후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다음 타자가 맷 채프먼이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채프먼이 적시타로 득점하는 루트가 가장 이상적이다. 홈런은 19개 구장에서 치면 된다.
이정후는 8일 현재 2루타 부문 MLB 1위다. 6개나 쳤다.
이를 150경기에 대비하면 무려 100개를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게 올해 150경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를 치면 MLB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 된다. 1931년 얼 웹(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이 기록한 67개가 최다다. 프레디 프리먼은 2023년 59개를 쳤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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