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5전 3선승제에서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처했다. 경기장도 적대적인 샌디에이고 홈 구장인 펫코파크였다.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황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4차전 마운드를 불펜 투수들에게 맡겼다. 등판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단기전에서, 그것도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매이닝 누가 등판할지 몰랐고, 투수가 8명이나 나오자 갈팡질팡했다.
다저스는 그렇게 4차전을 이긴 뒤 홈으로 돌아가 야마모토 요시노부로 시리즈를 승리했다.
'불펜데이'가 실패했다면 로버츠 감독은 엄청난 비난 속에 경질됐을 것이다. 감독 인생이 걸려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그는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KBO 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하루 쉴 수 있었고, 선발 투수도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손주영은 삼성전에 강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했기에 더욱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흘 쉬고 마운드에 오른 손주영은 4.1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하고 강판했다.
결과적으로 염 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손주영 카드가 성공했다면 그의 작전은 '신의 한 수'가 됐을 것이다.
여기서 다소 아쉬운 것은, 염 감독이 엔스를 올릴 수 없었다면 차라리 '불펜데이'를 가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해도 손주영을 잠실에서 등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엔스-임찬규-손주영, 또는 엔스-손주영-임찬규로 3, 4, 5차전을 치를 수 있다.
물론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차전을 내주고 2차전 선발 투수가 애매하다면, 불펜을 총가동하는 과감한 발상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2패를 당한 LG는 이제 3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선발, 불펜이라는 고정관념 따위는 버려야 한다.
염 감독이 3차전에서는 어떻게 투수들을 운용할지 궁금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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