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까지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대11로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월 아시안컵 참사에 이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충격적인 사건이었다.
5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는 현재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경기장은 온통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로 뒤덮였다.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선수단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선수들은 당황했다. 선수들을 향한 것이 아니고 홍 감독을 비판하는 야유였다. 김민재는 경기 후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 주시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붉은악마는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날 FIFA랭킹 23위 한국은 졸전 끝에 96위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득점은커녕 팔레스타인의 역습에 실점할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손흥민은 홍 감독 문제에 대해 "이미 결정된 가운데 저희가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강인도 "저희는 (홍 감독을) 100% 따를 것"이라고 했다. 팬들은 홍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데 선수들은 되레 홍 감독을 두둔했다. 선수들이 홍 감독을 걱정하는 웃지 못할 장면들이 연출됐다.
축구협회는 언제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를 방관할지 걱정이다.
이러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 기록에 마침표를 찍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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