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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52] 왜 ‘셔틀콕’이라 말할까

2024-03-20 07:57

지난 3월 전영오픈 32강전서 안세영이 셔틀콕을 넘기고 있다. [PA/AP=연합뉴스]
지난 3월 전영오픈 32강전서 안세영이 셔틀콕을 넘기고 있다. [PA/AP=연합뉴스]
배드민턴은 구기종목이다. 하지만 둥그런 형태를 갖지 않은 ‘셔틀콕’이라는 특별한 모양의 ‘공’을 사용한다. 구기종목은 대개 한자어 ‘공 구(球)’가 들어간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탁구, 정구 등이라고 한다. 구 자가 들어간 것은 구기종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어 원음을 그대로 쓴 구기종목도 있다. 테니스, 배드민턴이 대표적이다. (본 코너 901회 ‘왜 ‘테니스’라 말할까‘, 1051회 ’왜 배드민턴이라 말할까‘ 참조)

배드민턴 셔틀콕은 영어 ‘Shuttlecock’을 우리 말로 표기한 것이다. 이 말은 왕복의 의미인 ‘Shuttle’과 수탉의 의미인 ‘Cock’의 합성어로 경기에서 공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닭의 꼬리 깃털처럼 생긴 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14세기 지금의 배드민턴과 비슷한 방식의 경기인 ‘베틀’에서 앞뒤로 움직인다는 의미로 셔틀이라는 말을 썼으며, 콕은 수탉의 깃털과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이 두 단어가 합성해 배드민턴이 영국에서 고안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배드민턴 셔틀콕은 일반적으로 코르크 마개로 원뿔 모양으로 고정된 16개의 깃털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모양의 디자인은 적절한 비행을 보장해 준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사용되는 최대 깃털 수는 셔틀콕 당 16개이다.

셔틀콕은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배드민턴 라켓으로 셔틀콕을 치는 순간 평균 시속은 약 100km이며, 최대 320km까지 속도를 낸다. 320km는 올림픽에서 인간의 힘으로 낸 가장 빠른 속도이다. 테니스공과 양궁 화살의 경우, 최대 시속은 각각 246km, 235km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한 배드민턴 용품 제조사의 실험에서는 KTX 고속열차(300km)보다 빠른 속도인 시속 493km를 기록한 바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 국내에 배드민턴이 처음 소개될 당시에 셔틀콕을 한자어 ‘우구(羽球)’라고 불렀다. ‘깃 우(羽)’와 ‘공 구(球)’를 합성해 깃처럼 생긴 공이라는 뜻이었다. 동아일보 1962년 6월1일자 ‘’배드민튼 일본대표(日本代表) 내한(來韓)‘ 기사에서 ’배드민튼 게임의 공은 셔틀콕(羽球)인데 무게가 약 5그램 깃털이 달려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구보다는 국제 공식용어인 셔틀콕이라는 말로 곧 대체됐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셔틀콕 재질을 국제경기용 물오리털 제품이 아닌 닭털을 썼다. 1981년 황선애가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닭털로 된 셔틀콕을 사용하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경기를 했다. 황선애는 충남 신탄진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가난 때문에 여공이 될 뻔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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