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026] 탁구에서 왜 ‘전진속공(前陣速攻)’이라 말할까

2024-02-18 10:00

현정화는 전진속공형으로 세계여자 탁구를 제패했다. 사진은 현역 때의 현정화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
현정화는 전진속공형으로 세계여자 탁구를 제패했다. 사진은 현역 때의 현정화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
빠르게 공격한다는 뜻을 가진 속공은 스포츠 종목마다 다른 표현을 쓴다. 축구 카운트 어텍(Count Attack), 농구 패스트 브레이크(Fast Break), 배구 퀵(Quick), 핸드볼 속공이라 말한다. (본 코너 417왜 패스트 브레이크(Fast Break)를 속공(速攻)이라 말할까참조, 461일본배구가 만든 '(Quick)'이 세계배구의 주요 공격 기술이 된 이유참조)

탁구에서 속공은 전진속공이라고 표현한다. 한자어로 앞 전()’ ‘늘어놓을 진()’ ‘빠를 속()’ ‘칠 공()’을 쓴다. 탁구대 가까이에서 상대 공을 재빨리 받아 공격하는 일을 뜻한다. 전진과 속공은 모두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쓰인 한자어이다. 전진은 조선왕조실록에 101회나 검색되며, 속공은 선조 임금 실록에 1회 나온다.

전진속공이라는 탁구 용어는 한,중, 일에서 쓰는 한자어이다. 라켓을 펜을 쥐듯 잡고 테이블에 딱 붙어 속전속결로 승부하는 전진속공.대부분 돌출고무를 사용,공이 깔리는 구질을 보이는 이 전형은 한때 한국탁구의 주류를 이뤘다.80년까지 한국남자탁구의 대명사였던 김완 김기택도 이 스타일이고 현정화는 이 전형으로 세계를 제패했었다.

전진속공형 선수는 주로 평면 러버를 사용하며, 전진에서 자세를 잡고 상대방의 공을 재빨리 받아쳐 점수를 획득한다. 이때 되도록 공에 회전을 걸지 않는다. 또한, 3구째에 공격하는 등 빠른 단계에 공격을 시도하여 랠리를 오래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재빨리 공을 받아치는 반사 신경과 순발력, 득점력이 있는 서비스가 필요한 전술이다.

과거 아시아의 전진속공 탁구와 유럽의 올라운드 탁구가 대비되는 모양새였다. 탁구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유럽과 아시아 탁구간 대결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헝가리, 영국 초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국가들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영향력이 나눠 지면서 유럽과 아시아 탁구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유럽은 귀족들의 실내 놀이 문화의 그림자가 남긴, 다소 유희적인 스타일이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면서 뒤로 많이 물러나기도 하고 체력과 팔 길이에 의존한 회전 위주의 올라운드 플레이가 오랜 세월 유행했다.

그에 반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유럽의 회전 탁구에 대항하려면 숏핌플 러버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러버를 가지고 타이밍을 빼앗는 탁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중국의 장가량, 한국의 현정화, 김기택 등 많은 선수들은 전진속공형 전형으로 스웨덴의 발트너, 페르손 선수들과 맞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럽과 아시아 간의 대결은 사라지로 중국 대 전 세계 탁구의 대결로 변화하는 듯 하더니, 이제는 중국적 탁구가 전 세계 탁구에 큰 영향을 주는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로 넘어 오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전형간 간극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전 세계의 선수들이 다 탁구대에 바짝 붙어 어떻게든 선제를 잡고 강하게 공격하는 탁구 전형으로 변화됐다.

세계탁구 최강 중국은 타 국가와 달리 점착성이 높은 러버를 사용하며,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시작할 때에는 스피드가 낮은 점착 러버를 가지고 탁구를 배우다 보니 탁구대에 바짝 붙어서 타구하게 됐다. 즉 중국 탁구는 ‘정점에서 친다’라는 한국의 흔한 격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탁구대에 바짝 붙어 공격하는 전형을 갖추게 됩니다. 과거 왕타오, 덩야핑 선수의 전형이 어떻게 보면 현재의 중국 탁구를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