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빕은 코너 맥그리거, 더스틴 포이리에, 저스틴 게이치를 차례로 물리치고 라이트급 3차 방어전에서 성공한 후 32세에 돌연 은퇴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목표했던 30경기를 한 경기 앞둔 29승 무패에서 스톱했다.
그의 은퇴가 워낙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대부분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동생, 친구들을 뒷바라지 하며 그들의 연승을 도왔다. 세컨이자 프로모터 였다.
23일은 하빕이 29전승 무패 챔피언으로 은퇴한지 2년. 2020년 10월 25일 29승째를 올리고 떠난 날로부터 이틀이 모자라는 2년이었다.
이날 메인 이벤트에 오른 건 하빕이 일찍부터 챔피언감이라고 확언했던 이슬람 마카체프. 11연승 행진을 하며 하빕이 반납했던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찾았다.
상대는 11연승의 찰스 올리베이라. 2차 방어전에서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이기고도 타이틀을 박탈당했지만 챔피언 없는 랭킹 1위로 챔피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카체프가 탑독이었지만 둘 모두 그라운드의 명장이어서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경기가 펼쳐 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마카체프는 1회부터 올리베이라를 압도했다. 그 역시 그라운드에 강했지만 주짓수의 대가인 올리베이라와 굳이 그래플링전을 벌이지 않았다. 디펜딩에 뛰어났기에 올리베이라에게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킥과 타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던 마카체프는 올리베이라가 덤벼들기를 기다렸다. 그래플링 역습 작전이었다. 서둘다가 틈을 보이면 되치기 하는 전략이었다.
테이크 다운 되치기는 앞서 경기를 한 벨랄 무하마드와 사촌동생 아부바카르 누르마고메도프가 이미 시행, 승리를 거둔 전략이었다.
히밥의 ‘세 인연’은 모두 하빕의 영향을 받은 그래플러였다. 러시아 레슬링 삼바를 통해 그라운드의 강자로 키워진 전사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들과 싸운 올리베이라, 션 브래디, 오마르가지예프도 그라운드 싸움이 특기였다.
그들은 훈련을 하면서 디펜딩에 먼저 신경을 쓰고 들어오는 그들을 잡자고 전략을 짠 듯 세명 모두 그렇게 싸웠다.
결과는 완승이었다. 아부바카르는 오마르가지예프를 완벽하게 제압,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었다.
벨랄 무하마드는 15전승의 션 브래디를 역습 레슬링으로 제압하다가 2회 4분 47초만에 TKO로 물리쳤다. 자신이 잘하는 그래플링 공격 대신 펀치로 잡은 넉아웃으로 9경기 무패(8승 1무효) 행진을 했다.
마지막에 오른 마카체프도 그래플링 대신 타격, 그렇지만 올리베이라가 테이크 다운으로 덤비면 되치기 하는 전략을 펼쳤다.
올리베이라은 어정쩡한 상황에서 테이크 다운을 강행하다 번번히 덜미를 잡혔다. 1회가 끝났을 때 누가 이길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카체프가 1라운드 판세를 잡자 올리베이라는 2회 더욱 서둘렀고 플라잉 킥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다 틈을 노리고 있던 마카체프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선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진 올리베이라. 마카체프가 번개처럼 뛰어들어 그의 팔을 잡고 압박하자 올리베이라가 참지 못하고 바로 탭을 쳤다.
승리는 사촌동생이 했고 챔피언은 마카체프가 되었지만 진짜 승리자는 그들을 뒤에서 돌보며 밀어붙인 하빕이었다.
라이트급의 후계 구도 까지 완성한 하빕의 다음 목표는 웰터급 점령. 현재로선 충분히 바라 볼 수 있는 구도다.
챔피언 위의 챔피언 하빕은 몇 명의 챔피언을 두게 될까.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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