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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욕 먹는 로버츠 다저스 감독을 위한 변명...'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2022-04-14 21:46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
[오클라호마시티(미국)=장성훈 특파원] 요한 산타나라는 좌완 투수가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의 성공으로 2008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와 6년 1억35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거액에 계약했다.

그해 234이닝을 던지면서 16승 7패, 평균자책점 2.53의 기록으로 사이 영 상 투표 3위를 차지했다. 미네소타 시절부터 '이닝 이터'였던 그는 이듬해에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어깨 부상 때문에 9월에 시즌 아웃됐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2010시즌 199이닝을 던지며 11승 9패 2.98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2011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불굴의 의지로 2012시즌 다시 메츠의 개막전 선발로 복귀했으나 이닝 소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6월 2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메츠 50년 역사상 첫 노히터였다. 메츠 팬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노히터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무려 134개의 공을 뿌렸다. 이후 등부위 염증이 겹쳐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그의 불운은 계속됐다. 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깨 관절순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또 시즌 아웃됐다.

결국, 메츠는 2014년 산타나와의 2500만 달러의 계약 옵션 실행을 거부했다. 550만 달러를 받고 메츠를 떠난 그는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7이닝 동안 퍼펙트 게임을 하고 있던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갑자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데이비 로버츠 감독과 상의 끝에 7회까지만 던지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커쇼도 산타나 못지않은 '이닝 이터'다. 그러나 지난 시즌 팔 부상으로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포스트 시즌에도 나오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등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심지어 은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투구 수를 제한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다. 로버츠 감독은 그래서 커쇼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80개 투구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즌 첫 등판인 데다, 직장폐쇄로 인한 짧은 스프링트레이닝 등으로 또 부상을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커쇼는 “옳은 결정이었다. 우리에게는 더 큰 것이 있다고 말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말하는 것이다.

메츠는 노히터를 위해 134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가 산타나를 잃었다. 산타나 개인은 물론이고 메츠와 메츠 팬들, 나아가서는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에게 크나큰 손실이었다.

커쇼 역시 퍼펙트 게임을 위해 무리하게 9이닝을 던지다 그 후유증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다저스와 메이저리그는 더 이상 위대한 투수가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이 어디 있겠는가? 커쇼는 말할 것도 없다.

LA 타임스는 “메츠는 그것이 필요했다. 다저스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추억을 위해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 반지를 위해 플레이한다. 그들은 건강한 명예의 전당 투수 없이는 불가능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뛰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팀 스포츠의 최고의 미덕은 승리다. 개인 기록은 다음이다. 개인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승리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커쇼는 팀 승리를 위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개인적인 영예를 희생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누가 알겠는가, 기회가 또 있을 지.

로버츠 감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고 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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