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은 첫 결승 무대지만 5년쯤 위인 김세연은 왕중왕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그의 운이 더 좋았지만 당당하게 쟁취한 2위가 자랑스럽다.
2001년생으로 10대 중반에 이미 선수 등록을 마쳤다. 아버지를 따라간 당구장에서 재미를 느끼고 재능을 발견, 선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 당구 여전사가 되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었다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아버지가 그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모래 주머니를 팔에 감고 스트로크를 날렸다. 루틴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치고 또 쳤다.
2019년은 첫 번째 도약의 해. 아시아 선수권, KBF슈퍼컵, 대한체육회장배 등 4개 대회에서 이름을 알렸다. 모두 준우승이어서 아쉬웠지만 4개 대회 결승 상대가 다 스롱 피아비여서 자위했다.
스롱 피아비는 자주 만나는 사이.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이번 대회서도 내심 스롱과 부딪쳤으면 했으나 8강전에서 김세연에게 져 만나지 못했다.
예선전에서도 겨룰 기회가 없었다. 대신 그보다 더 강한 이미래와 싸웠다. 32강 서바이벌 전 등이었다. 1-1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두 번 모두 이미래를 2위로 밀어냈다.
프로 다섯 번째 만에 맛보는 상쾌한 레이스였다.
처음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해 말 프로 행을 선언, 2020년이 다 저문 12월31일 프로 대회에 뛰어 들었다. 첫 판 탈락이었다. 4명이 싸우는 서바이벌 경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와신상담, 큐를 갈았다. ‘이번에는’ 하면서 대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4번의 초반 탈락이 밑거름이 되었다. 5번째는 승승장구했다.
PQ라운드, 64강, 32강 서바이벌 전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세트 제는 할 만했다. 2점짜리 뱅크 샷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열심히 훈련해서 웬만한 배치는 다 자신 있었다.
16강전이 어려웠다. 빡빡한 백민주였다. 팀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한 탓인지 씩씩하면서도 노련했다. 2-1로 이겼다. 8강전, 4강전은 더 쉬웠다. 최연주를 2-0, 최지민을 3-1로 제쳤다.
실전 같은 훈련을 맹렬히 한 덕분이었다. 전과는 달리 자신감도 많이 늘었다. 조금 뒤쳐져도 주눅 들지 않았다. 기회가 오면 몰아칠 수 있어서 지고 있을 때도 차분히 기다렸다.
최연주와의 8강전에선 4연타를 터뜨렸다. 더 중요한 최지민과의 4강전에선 6연타를 쏘았다.
당구 사부이면서 친구이기도 한 조명우가 옆에 있었으면 더 나았을까. 더러 그가 해 준 조언이 문득 문득 생각났다. 곧 제대하면 필살기 몇 개는 더 익혀야 할 것 같다.
2위, 만족스럽지만 만족하진 않는다. 프로는 처음이지만 아마추어에선 여러 번 했다. 한 단계, 아니 열 단계를 뛰어 넘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가 1위다.
아직 앳된 용현지. 성장통은 겪겠지만 아주 빠르게 진화할 것 같다. 그의 우승 꿈이 시작되었다. 지금 2위에서.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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