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 올림픽 근대5종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3위로, 그리고 정진화(LH)가 4위로 들어 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는 정동국 국제근대5종연맹 기술위원(60)을 만났다.

여자부의 김세희도 사상 최고 성적…2024 파리올림픽 메달 가능성 충분해
- 전웅태 선수의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축하합니다. 감회가 남다를텐데…
▲ 제 시대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구경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어떤 말로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근대5종과 인연을 맺은 지 40년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머문 선배 정진화가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와 감격적인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잇다.[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8252308380008618e70538d222011839210.jpg&nmt=19)
▲ 마지막 레이저런을 남겨 두고 있을 때 저는 5층 기술위원실에서 경기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정진화 선수가 2번째로, 그리고 전웅태 선수가 4번째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손이 땀이 나고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정진화 선수는 무릎이 안좋은 상태여서 걱정을 했지만 첫번째 영국선수와 12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전웅태 선수는 레이저런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적이 있을 정도로 주종목이어서 충분히 올림픽 첫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면서도 다른 나라 기술위원들도 있고 해서 내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출발한 이집트 선수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 나오고 전웅태 선수가 정진화를 추월하는데 오버페이스를 하는 듯 해서 한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웅태 선수가 3위로 동메달, 정진화 선수가 4위로 골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만세를 부르고 그대로 운동장으로 한달음에 갔습니다.
- 그래서요?
▲ 운동장으로 내려가니 IOC 위원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코치들이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에 막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웅태 선수와 정진화 선수를 격려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자원봉사자가 먼저 기자회견을 하러 가야 한다며 막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술위원의 위세를 앞세워 밀고 들어가 이기흥 회장이 (전)웅태와 (정)진화를 만나 격려도 하고 코치들과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이 바람에 전웅태 선수가 기자회견에 조금 늦게 가기도 했습니다.(웃음)
![전웅태(오른쪽 4번째)가 동메달을 딴 뒤 대한체육회 이깅흥 회장(왼쪽 4번째) 등 근대5종 코칭스태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한근대5종연맹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8252310310665518e70538d222011839210.jpg&nmt=19)
▲ 전웅태 선수의 동메달에 가렸지만 여자부의 김세희(BNK저축은행), 김선우(한국체육대학교) 선수의 선전도 결코 이에 못지 않습니다. 김세희 선수가 펜싱에서 예상밖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2위로 레이저런에 나섰으나 육상에서 어려움을 겪어 종합 11위에 머물렀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 여자선수로는 역대 최고의 성적입니다. 조금 더 훈련에 매진한다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부에서도 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은 '골드 프로젝트'로 4위일체가 이루어 낸 쾌거
- 이 기회에 근대5종을 소개한다면…
▲ 근대5종은 말 그대로 수영, 펜싱, 승마, 사격 , 육상 등 5가지 종목을 합해서 겨루는 종목입니다. 고대 올림픽에서 그리스인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조화를 이룬 인간을 육성하기 위해 체육의 수단을 빌어 만든 종목으로 근대 올림픽으로 넘어 오면서 지금과 같이 5가지 종목으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이다, 체력과 스피드가 경기인의 신체속에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기"라고 말했으며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 남작은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근대5종 선수만이 진정한 올림피언이다'라고 설파했습니다.
-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 근대5종은 유럽에서는 클럽팀들을 비롯 전문선수들이 많아 활성화가 된 인기종목이지만 전웅태 선수가 동메달을 딴 소감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에서 근대5종은 비인기종목 중의 비인기종목입니다. 선수도 부족하고 수영장과 승마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해 전용훈련장도 없습니다. 이때문에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도 입촌하지 못하고 승마장과 수영장을 함께 갖춘 경북 문경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합니다. 즉 국가대표 선수로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여러가지 여건상 고교때까지는 승마를 하지 않고 않아 전문 선수 양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진천선수촌에 승마장을 신설해 우리 근대5종 대표선수뿐만 아니라 승마 대표선수들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되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습니다.
- 어려운 여건에서 꽃을 피웠는데…
▲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3위와 4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전웅태, 정진화 선수와 같은 자질이 뛰어난 선수, 한마음이 되어 지도한 코칭 스태프, 대한근대5종연맹의 일사불란한 지원 체계와 비인기종목임에도 불구하고 36년째 꾸준하게 지원을 해 준 공기업인 LH 덕분입니다. 바로 4위일체가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정진화(오른쪽)와 전웅태가 호흡을 맞춘 한국이 이집트에서 열린 2021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정동국 위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8252321300544618e70538d222011839210.jpg&nmt=19)
▲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5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한국주택공사 소속이던 이춘현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아~ 우리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뒤 아테네, 베이징,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등 4차례 올림픽을 거쳤지만 모두 메달을 따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기 위한 장기 플랜으로 2018년 7월 '골드 프로젝트팀'을 발족시켰습니다. 국가대표 남녀 선수 7명씩 14명 가운데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이 유망한 남자 3명과 여자선수 2명 등 5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펜싱과 승마 등 취약종목 지도자들을 증원하고 체력과 의무담당 트레이너, 심리상담, 전력분석 요원까지 포함해 '2020 전담팀'을 구성해 특별 훈련을 해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노력했습니다.
- 골드 프로젝트의 성과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로?
▲ 골드 프로젝트팀을 발족하고 난 뒤 2018년 11월 국제근대5종연맹 창립 70주년 기념총회에서 전웅태가 우리나라 근대5종 사상 처음으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고 또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정진화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따라서 1년 앞으로 다가 온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제근대5종연맹의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월드컵 파이널대회를 2020년 5월 서울에 유치를 해 도쿄 올림픽에 대비한 최종 리허설을 할 예정까지 세웠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월드컵대회도 무산되고 도쿄 올림픽까지 1년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 '골드 프로젝트' 역시 회장님의 열정과 회장사를 맡고 있는 LH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김현준 회장님과 LH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우리나라가 근대5종에 올림픽에 첫 참가한 것이 1964년 도쿄 올림픽인데…
▲ 그렇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근대5종 연맹이 없었지만 제 스승이신 최귀승 전 아시아근대5종연맹 부회장께서 미군의 도움을 받아 개인자격으로 첫 참가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57년만에 다시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획득해 더욱 뜻이 깊습니다.
![대한근대5종연맹 김현준 회장(가운데)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금과 함께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8252316040996818e70538d222011839210.jpg&nmt=19)
- 우리나라 1세대 근대5종 선수로 활약했는데 …
▲ 펜싱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1980년 군에 입대해 최일선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엄청 고생스럽고 힘들게 근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1981년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1982년 대한근대5종연맹이 설립되면서 근대5종 선수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을 해 최귀승 스승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근대5종으로 전향을 해 우리나라 근대5종 개척자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근대5종 선수로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습니다.(웃음)
- 우리나라 근대5종의 산 역사이자 증인인데…
▲ 처음에는 선수로 활약하다 1985년 현역선수에서 은퇴를 한 뒤 대한근대5종연맹 소속으로 지도자로 후진 양성을 하고 다음에는 연맹 직원으로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사무국장까지 이렇게 어언 40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말부로 정년퇴직을 하고 지금은 실업자인 셈입니다.
- 대한근대5종연맹의 역사를 간추린다면…
▲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고 1982년 9월 15일 대한근대5종바이아드론경기연맹으로 창립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국제상사 정재덕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가 1985년 대한주택공사(현 LH의 전신) 박영수 사장께서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이때부터 지난 6월 제19대 회장으로 당선되신 LH 김현준 사장까지 36년을 한결같이 LH에서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 LH 사장이 처음 회장을 맡으실때는 근대5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인기도 없는 종목이라 시큰둥하시다가 조금만 지나시면 근대5종에 매력이 푹 빠지십니다. 근대5종과 같은 비인기종목에 공기업인 LH가 지원을 하는 것이 의무라고 하며 오히려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대한근대5종연맹이 있기까지는 사실상 LH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어느새 우리나라가 근대5종 세계 강국에 올랐는데…
▲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한해 전인 1987년 우리나라가 주도해 아시아근대5종바이아드론경기연맹을 창립된 뒤로 아시아에서는 최강국이었지만 세계로 따지면 그야말로 변방에 불과했습니다. 유럽선수들과는 수준차이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명건 선수가 12위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근대5종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국제대회와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3, 4위에 오르고 여자 11위를 차지하면서 근대5종 세계 강국의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 국제연맹 기술위원은?
▲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당시 대한근대5종연맹 최귀승 전무이사가 처음으로 국제연맹 기술위원으로 피선이 되셨고 제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뒤 그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 총회에서 기술위원으로 선출이 되었습니다. 올해까지 햇수로 17년동안 4연임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지난해가 임기 만료인데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자동으로 임기도 연장이 됐습니다. 올 11월에 다시 선거를 할 예정입니다.
- 기술위원의 역할은?
▲ 국제근대5종연맹의 본부는 모나코에 있습니다. 근대5종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것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입니다. 세계 회원국은 100개국이 조금 넘고 기술위원은 총 12명으로 아시아에서는 제가 유일한 기술위원입니다. 기술위원은 국제연맹의 회장 부회장 집행위원과 함께 실질적으로 국제대회를 관리하게 되는데 심판 판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들어 올 경우 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리는 상소위원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승마경기, 여자 수영경기에 대한 상소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 오랫동안 대한근대5종연맹 살림살이를 맡았는데…
▲ 도쿄 올림픽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메달을 획득해 사무국장 정년퇴직하는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근대5종 40년 역사의 마무리를 멋있게 장식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함께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1997년 우리나라가 IMF의 위기를 맞아 예산이 반토막이 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사무국을 떠나야 했던 직원, 그리고 현장을 떠난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 앞으로의 역할은…
▲ 우선은 두가지 큰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가 아시아근대5종연맹 회장을 맡아 아시아 근대5종 발전에 항상 앞장을 서 왔습니다. 올해 10월에 아시아근대5종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합니다.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현 김현준 회장께서 아시아근대5종연맹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1월 국제근대5종연맹 총회에서 다시 기술위원으로 5선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두 가지 모두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성원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앞으로 3년 뒤인 2024년에 파리 올림픽에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이 예상됩니다.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선수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특정 종목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훈련을 하지 않는 승마를 별도로 해야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국민들께서 근대5종에 많은 사랑과 애정을 보내주신 만큼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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