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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 100년](67)올림픽 참가를 위한 염원④브런디지 컬렉션(상)IOC는 KOC를 잠정적 인준했다

2021-03-30 08:59

젊은 시절의 에브리 브런디지(왼쪽)와 브런디지 켈션 자료 목차가 실린 표지
젊은 시절의 에브리 브런디지(왼쪽)와 브런디지 켈션 자료 목차가 실린 표지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광복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되기 전으로 미 군정하였던 1947년 6월 20일 스웨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KOC의 가입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기존의 대한체육회사 등에 따르면 조선올림픽위원회가 IOC 회원국이 되기 까지의 과정은 마치 극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NOC(국가올림픽위원회)가 5개 종목 이상 국제경기연맹에 가입해야 한다는 IOC 규정에 따라 육상 축구 권투 역도 농구 자전거 등 6개 경기단체가 국제연맹 가입승인을 받았다. 때맞춰 전경무가 이상백의 소개를 받은 브런디지를 미국에서 두 차례 만나 IOC 가입 지원 약속을 받았으나 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가던 중 불의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지자 급히 미국에 있던 이원순이 자필 여권으로 스톡홀름으로 가서 IOC 회원국으로 만장일치 승인을 받았다."

마치 한편의 동화를 연상케한다. 역경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잘 마무리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렇게 아무 걸림돌이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을까?

우리나라가 IOC에 가입하기까지의 과정은 '브런디지 컬렉션'에서 찾을 수 있다. '브런디지 컬렉션'은 IOC 부위원장을 거쳐 1952년부터 1972년 까지 위원장으로 IOC를 이끈 에버리 브런디지가 각종 편지, 비망록, 회의록, 사진, 선물, 기념품 등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이 브런디지 컬렉션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는 당시 이상백 전경무 이원순 이기붕 장기영 등 우리나라 체육계 인사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이 그대로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가 IOC에 가입하기 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서신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IOC의 KOC 인준은 잠정적'이라는 것이다.

신생독립국인 우리나라가 IOC의 가입승인을 받았을때 체육계를 이끌었던 몽양 여운형 회장의 광복 직후 모습[사진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신생독립국인 우리나라가 IOC의 가입승인을 받았을때 체육계를 이끌었던 몽양 여운형 회장의 광복 직후 모습[사진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IOC가 가입을 승인했다는 연락을 받은 여운형 조선체육회장은 1947년 6월 30일 브런디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이에 브런디지도 7월 10일 답장을 보낸다. 이 답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 이미 연락받았겠지만 조선육상경기연맹과 조선올림픽위원회는 런던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 회의와 스톡홀름 IOC 총회에서 인준되어 내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성공을 빌며 많은 대표단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아직 국가가 아니기에 IOC의 인준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관계자들의 지원이 있었고 나도 강하게 인준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인준은 어떤 의미에서 잠정적이며, 정부가 수립되면 다시 검토될 것이다. 한 국가에서는 한 NOC만 인준되니 북쪽의 아마추어 스포츠 또한 포함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즉 브런디지는 IOC의 인준을 '잠정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정부가 수립되면 다시 검토하기로 했으며 북한도 포함되기를 희망한다는 부분이다. 이 같은 내용은 7월 14일 브런디지가 이원순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똑같이 적혀 있다.

…내가 런던과 스웨덴에서 한국의 참가를 조율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이 인준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잠정적임을 명심하기 바란다(Bear in mind this recognition is, of course, only provisional because of the political status of Korea). 이번 인준은 독립정부 이전에 승인이 난 첫 사례다. 한국이 독립국이 되면 다시 평가될 것이다. 그래서 남북 선수 모두 관장하는 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잠정적 인준'은 승인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즉 실제로 KOC의 IOC 가입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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