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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노트] 강정호 ‘음주운전’과 에디슨 러셀의 ‘가정폭력’ 무엇이 다른가

2020-07-31 04:50

가정폭력 이력을 갖고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에디슨 러셀
가정폭력 이력을 갖고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에디슨 러셀
강정호가 KBO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자 대다수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언론 매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KBO가 이상한 논리로 강정호에게 1년 자격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 처분을 내리자 여론은 더 들끓었다.

KBO 복귀 기회가 생기자 강정호는 한국에 들어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표면상 사과를 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사실상 복귀 신고식이었다.

이 같은 강정호의 속셈을 모를 리 없는 야구팬들은 더 분노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당황한 강정호는 고심 끝에 KBO 복귀를 자진 철회했다.

헌법 위의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그의 복귀를 막은 것이다.

에디슨 러셀이 KBO 리그에 왔다. 키움 히어로즈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들어온 것이다.

입국 전부터 러셀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인 데다 올스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BO 사상 최고의 경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경기 외적 이력에는 그러나 평생을 따라 다닐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가정폭력이 그것이다. 아내를 폭력한 것이다.

러셀의 가정폭력을 보다 못한 아내의 친구가 SNS를 통해 그의 폭력성을 고발했다.

메이저리그는 곧바로 조사했으나 러셀의 완강한 부인과 아내의 비협조로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아내가 러셀과 이혼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러셀의 가정폭력 이력을 상세히 적었다.

메이저리그는 다시 조사했다. 러셀의 전 아내는 메이저리그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어졌다.

조사를 끝낸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에 대한 징계 규정에 따라 러셀에게 40경기 출장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러셀은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징계를 받아들였다. 징계와 함께 재활프로그램도 이수했다.

이런 경력의 소유자임을 알고도 키움 히어로즈는 그를 영입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가정폭력 사건이면 80경기 이상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는다. 다만 러셀은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40경기 출장 정지 징계에 그쳤다. 잘못된 일이기는 하지만, 야구를 더 이상 하지 놋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러셀을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 같은 말의 행간에는 “잘못을 저질러도 야구만 잘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러셀의 가정폭력에 대한 여론이 강정호의 그것과 천양지차라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그의 KBO 입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말이다.

되레 지금은 그의 KBO 리그 활약상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급이 다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답다” 등 ‘러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음주운전과 가정폭력, 뭐가 다른가. ‘국민정서법’의 잣대가 이렇게 달라도 되는 것인가.

[장성훈 선임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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