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드업 포지션 및 세트 포지션에서 투수가 투구 동작 중에 고의로 일시 정지하거나 투구 동작을 자연스럽게 이어 가지 않고 의도적으로 단계를 취하는 동작을 하거나 손발을 흔들흔들하면서 투구하면 안 된다. 투수가 세트 포지션을 취할 떼에는 투수판을 밟은 다음 투구를 할 때까지 반드시 공을 두 손으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공을 잡을 때까지 반드시 스트레치를 할 필요는 없으나, 일단 스트레치를 하면 공을 두 손으로 잡아야 한다. 공을 잡을 때는 몸의 앞쪽 어느 곳에서 잡아도 무방하지만 일단 두 손으로 공을 잡고 정지하면 잡은 위치를 이동시켜서는 안 되고 완전하게 신체의 동작을 정지하며 목 이외에는 어느 곳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요약하면, 투구 중 발을 흔들거나 세트 포지션에서 두 손으로 공을 잡은 뒤 발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LA 트윈스의 투수 타일러 윌슨이 이에 속한다.
그는 와인드업을 하기 직전 왼발을 먼저 움직인다.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타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윌슨의 다리 움직임 때문에 타격 타이밍을 놓치거나 시각적으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윌슨의 동작이 규칙 위반일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심판진이 경기 도중 LG 지도부에 더 이상 그같은 동작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 지도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아니면 시정할 시간이 없었는지 방치했다.
결국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LG 류중일 감독은 “시정할테니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몸에 밴 습관을 당장 고칠 수 없으니 시정될 때까지는 봐달라는 것이다.
감독이 시정토록 하겠다고 했으니 윌슨의 투구 동작은 규칙 위반임을 인정한 셈이다.
감독이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습관을 고칠 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것은 어이없는 발상이다.
이는 심하게 말하면, 상습 절도범에게 다시는 절도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분간 절도를 하게 해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윌슨의 습관은 코치진의 지도하에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곳에서 고쳐져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2군 경기에서 이를 점검한 뒤 1군에 투입돼야 한다.
중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LG로서는 윌슨의 이탈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경기에 내보내야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동업자 정신을 떠나 이는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클린 베이스볼‘을 외치고 있는 KBO의 슬로건에 정면 배치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선수와 구단 지도부, 심판진 모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1차적인 책임은 선수에게 있다.
윌슨은 논란이 될 수 있는 투구 동작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감독 및 투수코치도 규칙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윌슨에 투구 동작 시정을 요구했어야 했다.
누구보다 규칙을 잘 알고 있을 심판진의 책임은 더 크다.
그동안 아무 지적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감독이 항의하자 그때서야 규칙 위반이라며 문제를 삼는 것은 직무 태만이 아닌 직무유기에 속한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각 구단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투구 동작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투수가 있기 때문이다.
[장성훈 선임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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