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야구

[마니아노트]분위기 이어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로하스와 로맥

2020-07-22 09:10

21일 경기에서 나란히 끝내기 홈런을 날린 KT의 로하스(왼쪽)와 로맥(SK)
21일 경기에서 나란히 끝내기 홈런을 날린 KT의 로하스(왼쪽)와 로맥(SK)
현대야구에서 마무리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좋은 마무리가 있는 팀은 선수단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점차만 앞서고 있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반대로 마무리가 불확실한 팀은 몇 점차의 리드에도 마음을 놓기가 어렵다. 언제 역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선수단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혹여 2사 후에 상대 팀에서 안타라도 칠양이면 또 역전인가하는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기도 한다.

21일 LG-KT의 수원경기와 롯데-SK의 문학구장 경기에서는 야구가 얼마나 흐름에 민감하고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LG는 7회초까지 KT에 8-1, 7점차로 크게 앞섰다. 선발 타일이 윌슨이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꽁꽁 묶어 놓고 로베르토 라모스가 17호 홈런, 오지환이 3안타 3타점 등 11안타를 날린 덕분이었다. 승리를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7회말 김대현(3안타3실점)을 시작으로 최성훈(1안타 2실점), 최동환(1안타 1실점)이 단 한타자도 못잡고 연속 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두게임마다 한번꼴로 나서며 11홀드를 챙겼던 진해수마저 1안타 1실점해 동점을 만들어주고 정우영까지 투입했으나 또다시 1실점, 한 이닝에 8점이나 내 주며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5월에 불펜 평균자책점이 3점대(3.53)로 가장 단단하기로 소문났던 LG의 뒷문이 6월들어 6점대(6.39), 7월들어 8점대(8.24)로 치솟기는 했으니 한 이닝만에 8실점을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대량실점을 한 것은 한번 흐름이 KT쪽으로 넘어간 탓이 크다도 할 것이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7회에 김대현으로부터 박경수 장성우의 연속 안타에 조용호가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김민혁의 좌중간 안타로 2득점한 뒤 황재균의 3점홈런, 로하스의 백투백 홈런이 잇달아 터지면서 순식간에 KT가 분위기를 탔다는 말과도 통한다.

KT의 이러한 좋은 분위기는 9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9회초 LG가 김용의의 홈런으로 9-9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곧바로 9회말 첫 타자로 나선 멜 주니어 로하스가 연타석홈런이자 끝내기 홈런을 LG 여건욱으로부터 날려 기적같은 승리를 엮어냈다.

롯데-SK 경기도 이와 비슷하다. 롯데는 8회초까지 SK에 7-5로 앞섰다. 3-0으로 앞서다 3-5로 역전을 당했으나 다시 이를 7-5로 역전을 시켰다. 2점차밖에 나지 않았지만 상대가 바로 올시즌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SK였다. 그리고 롯데는 지난 일요일 대구 삼성전에서 이대호의 2점홈런 한방으로 구자욱이 1점홈런을 날린 삼성을 2-1로 눌렀다. 그것도 8승의 삼성 외국인투수인 뷰캐넌에 맞서 구승민, 박진형, 김원중이 이어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8회말 SK 포수인 이현석이 구승민으로부터 1점홈런(2호)를 날리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리고 9회말 SK는 1사 뒤 최정이 볼넷을 고르자 제이미 로맥이 기다렸다는 듯이 롯데 김원중으로부터 끝내기 2점 홈런(13호)을 쏘아 올렸다.

SK는 지난 19일 키움전에서 이정후에게 3점홈런을 맞아 8회초까지 0-3으로 끌려가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4점을 뽑아 4-3으로 역전한 적이 있었다. 이때 정진기의 스트라이크낫아웃이 원바운드볼이 되면서 포수 뒤쪽으로 흘렀고 이를 투수 안우진이 태그플레이로 착각한 것이 빌미가 되어 1실점을 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SK로 뒤바뀌 덕분이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최항이 동점타, 김성현이 역전타를 날려 승부를 뒤집었다. 최근 4게임에서 거둔 3승이 모두 7회 이후에 나온 역전승이었다.

야구는 흔히들 멘탈 스포츠에다 흐름의 경기라고 말들을 많이 하지만 사실 이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묘하게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 게임은 역전이 될 것 같다. 혹은 홈런으로 끝내기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경기가 있다. 바로 이날의 경기가 그런 날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LG와 롯데의 책임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KT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로하스와 SK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로맥의 결정적 한방을 더 축하해 주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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