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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의 남북전, 치열했던 그 순간을 가다

2017 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서 격돌

2017-04-07 06:00

6일오후강원도강릉하키센터에서열린‘2017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여자세계선수권디비전2그룹A대회’대한민국과북한의경기에서양팀선수들이치열한몸싸움을하고있다.황진환기자
6일오후강원도강릉하키센터에서열린‘2017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여자세계선수권디비전2그룹A대회’대한민국과북한의경기에서양팀선수들이치열한몸싸움을하고있다.황진환기자
차가운 빙판 위에서 펼쳐진 남과 북의 뜨거운 대결.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6일 강원도 강릉의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 4차전. 이 경기는 우승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에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바로 안방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사상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그 동안 북한과 5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 모두는 한국,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열렸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1승4패로 열세. 하지만 지난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전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두며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열리는 대회인 데다 최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구단주들이 소속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잔뜩 위축된 올림픽 열기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안방에서 열리는 남북전이라는 확실한 흥행카드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르네 파젤 IIHF 회장이 직접 남북전이 열리는 강릉하키센터를 찾아 양팀 선수를 격려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5800명이나 됐다.

앞서북한을상대로4연패에그쳤던한국여자아이스하키는지난해에역사적인첫승을거둔데이어올해도귀중한승리를손에넣었다.황진환기자
앞서북한을상대로4연패에그쳤던한국여자아이스하키는지난해에역사적인첫승을거둔데이어올해도귀중한승리를손에넣었다.황진환기자
◇ 달라진 북한, 그래도 빙판은 ‘전쟁터’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은 그 동안 한국을 찾았던 선수들과 달리 자유로운 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자유롭게 숙소 인근의 해변을 산책하는가 하면,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콜라를 마시는 등의 모습을 스스럼 없이 공개했다.

하지만 실전에 들어서자 자유롭던 북한 선수들도 다소 긴장하는 듯했다. 인공기가 가슴에 크게 달린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북한 선수들은 경기 시작 40분을 앞두고 나란히 링크에 나선 한국 선수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20분의 몸풀기가 끝났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고 한동안 선수들은 몸싸움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아이스하키 특유의 뜨거운 열기가 강릉하키센터를 뒤덮었다. 작은 체구 탓에 빠르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경기하는 두 팀의 비슷한 특성 탓에 얼음판 위에서는 쉴 새 없이 퍽이 움직였다.

하지만 경기는 한국의 3-0 승리. 1피리어드에만 박예은과 조수지가 연속 골을 터뜨린 한국은 2피리어드 막판 이은지(이상 피닉스)가 쐐기골을 꽂았다.

한국과북한의2017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여자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디비전2그룹A대회가열린6일강릉하키센터를찾은남북공동응원단이단체복을맞춰입고한반도기를흔들며두나라선수단을모두응원하고있다.황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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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하키센터의 또 다른 주인공, 남북공동응원단

이날 강릉하키센터에서 눈에 띄었던 이들은 빙판 위의 두 나라 선수뿐 아니라 관중석의 상당부분을 채운 약 500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이었다.

한반도기가 새겨진 하얀색 후드티를 단체로 맞춰 입은 남북공동응원단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단체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이들은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등의 구호를 단체로 외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 ‘반갑습니다’를 부르며 남과 북, 두 나라 모두를 응원했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쉴 새 없이 응원을 펼쳤고, 이 훈훈한 분위기는 강릉하키센터를 찾은 다른 관중에게도 금새 전파됐다. 2피리어드 종료 38.6초를 남기고 북한의 정수현이 얼굴에 퍽을 맞고 쓰러져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자 남북공동응원단뿐 아니라 강릉하키센터를 찾은 관중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격려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는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문영성 북한 선수단장이 나란히 상대 국가 선수에 경기 최우수선수(MVP) 시상을 했다. UN 스포츠 평화의 날을 기념해 남과 북, 양측 선수단은 경기장에서 한데 어우러져 단체사진도 찍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남북공동응원단은 자정이 가까워진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박수와 응원 구호로 치열한 승부를 펼친 양 팀 선수단을 격려했다.

강릉=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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