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수)

골프

[취재수첩]안시현 우승, 뒷 이야기

12년만의 우승 안시현, 꽃대신 물세례 받은 이유

2016-06-21 09:17

▲제30회한국여자오픈에서우승한안시현이후배들로부터물세례를받고있다.최근우승자에게축하의의미를담아꽃을뿌려주곤했지만안시현은시원한물세례로축하를받았다.후배들은다가가게어려운'까칠한선배'안시현에게짖꿋은장난으로한걸음다가가기위해꽃대신물을선택했다.그리고안시현은그어느때보다행복한표정으로후배들의축하를받았다.사진_박태성기자
▲제30회한국여자오픈에서우승한안시현이후배들로부터물세례를받고있다.최근우승자에게축하의의미를담아꽃을뿌려주곤했지만안시현은시원한물세례로축하를받았다.후배들은다가가게어려운'까칠한선배'안시현에게짖꿋은장난으로한걸음다가가기위해꽃대신물을선택했다.그리고안시현은그어느때보다행복한표정으로후배들의축하를받았다.사진_박태성기자
[마니아리포트 박태성 기자]안시현(32.골든블루)이 제30회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맞다. 12년전인 2003년 만19살의 나이로 국내에서 열린 미LPGA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바로 그 안시현이다.

당시 안시현의 인기는 현재의 박인비나 박성현보다 뜨거웠다. 제2의 박세리라는 수식어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안시현은 만19세의 나이로 미LPGA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곧바로 2004년 미LPGA투어 신인왕까지 거머쥐며 탄탄대로를 걷는듯했다. 그러나 너무나 밝게 빛났던 탔인지 금방 빛을 잃었다. '신데렐라'라는 동화의 주인공 이야기가 오버랩되기까지 했다.

안시현의 이후 삶은 녹록치 않았다. 결혼과 출산 등 평범한 여성의 삶을 살면서 투어생활을 이어갔지만 마음고생도 컸다. 아픔도 있었다. 그리고 한때 은퇴를 택하기도 했다. 유명했던 선수라는 이유로 안시현의 지난 10여년간의 삶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안시현의 입장에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긴 세월을 견뎌야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안시현이 KLPGA투어에 복귀했다. 시드전을 거쳐 당당히 복귀한 안시현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떠돌았다. 안시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복귀 후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지난 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기록한 5위가 최고 성적일만큼 10년의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후배들과의 관계도 서먹했다. 직선적인 안시현은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다. KLPGA투어 후배 선수들은 "시현언니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까칠한' 안시현은 어려운 선배다. 상처가 많았던만큼 스스로 벽을 만드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팬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다. 올해 한 대회 때 일이다. 안시현이 경기 중 한 팬이 자신의 화난표정을 지적하는 소리를 들은 뒤 SNS계정에 이렇게 썼다. "선수마다 화났을때 표현하는 방식과 풀어가는 방법이 다 다르다. 포커페이스가 진정한 답이 아니다. 나도 참을 줄 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나랑 맞지 않다.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해서 내가 욕 먹을 이유는 없다.(이하 생략)"

이런 무서운 선배가 우승을 차지했다. 후배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안시현의 우승이 결정된 뒤 선수들은 잠시 망설였다. 프로골프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건 우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선수들의 모습이다. 최근 KLPGA투어에서 우승자에게는 선수들이 모여들어 꽃을 뿌려주곤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물이 뿌려졌다. 계획된 '작전'이었다. 미워서 꽃대신 물을 뿌린 건 아니다. 짖꿋은 장난이 때론 서먹한 관계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 순간 안시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후배들에겐 나름 찬스였던 셈이다. 그리고 안시현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축하를 받았다.

안시현을 잘 아는 한 기자는 이런말을 했다. "안시현은 너무 빨리 성공했다. 갑자기 스타덤에 오르면서 중요한 걸 많이 잃어버렸다. 너무 어렸고 너무 높이 올라가다보니 떨어질때 충격도 컸다."

안시현은 무려 12년만에 우승을 맛봤다. 그것도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딸 그레이스를 위해 다시 또 도전한다는 그녀는 이제 다시 정상에 올랐다. 충격을 이겨내는 데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안시현이우승을차지한뒤딸그레이스와기쁨을나누는모습.어린딸과포옹하는안시현의표정에서그동안의마음고생이읽혀지는듯하다.사진_박태성기자
▲안시현이우승을차지한뒤딸그레이스와기쁨을나누는모습.어린딸과포옹하는안시현의표정에서그동안의마음고생이읽혀지는듯하다.사진_박태성기자
안시현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건 가족이다. 예전부터 가족에게는 끔찍했던 안시현이다. 이제 '그레이스'라는 이름의 어린 딸이 안시현에겐 전부다. 안시현은 자신의 SNS계정에 이런말을 적었다. "난 목표가 있다. 가끔은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목표가 나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다시 꿈꾸게 만드는 내 사랑스런 딸이있어 다시 또 도전한다."

안시현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10년. 너무 빨리 성공해 더 큰 아픔을 맛봐야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잊고 있었지만 '신데렐라'라는 동화는 해피엔딩이었다. '까칠한' 선배에게 축하인사를 핑계삼아 '과감'하게 물을 뿌린 후배들도 이제 선배 안시현에게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박태성 기자 photosketch@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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