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6개 대회를 끝낸 KPGA투어는 8월 25일에 시작하는 KPGA 선수권대회까지 2달이 넘는 기간동안 계획된 대회가 없다. 무더운 여름철 선수 건강을 위한 협회의 배려는 '절대' 아니다.
KPGA는 최근 부활을 위한 기회를 잡는 듯 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넵스헤리티지에 이어 이달 치러진 매치플레이 대회가 다양한 이슈를 낳으며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골프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파워풀한 남자골프의 매력이 어필되고 대회 스폰서들이 마련한 다양한 이슈까지 더해져 남자골프에 대해 '재미있다'는 반응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여운은 길지 못했다.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말도 다음편도 없이 끝나버린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보다 만 듯한 뒷맛이 아쉽다.
선수들은 속이탄다. 국내 골프시즌은 4월부터 11월까지 겨우 8개월여에 불과하다. 날씨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금쪽같은 시즌 중에 2달이나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KPGA투어의 대회 수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꾸준히 줄어든 대회 숫자는 이제 투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연간 국내에서 치러지는 남자골프 대회가 모두 KPGA투어 대회인 것도 아니다. 남아있는 몇 안되는 대회 중 신한동해오픈, 한국오픈 같이 굵직한 대회들은 대한골프협회(KGA) 대회로 원아시아투어와 함께 치르는 대회다. 공동개최 대회때는 KPGA 소속 선수들이 나설 자리도 그만큼 줄어든다.
투어규모가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투어생활 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10여개 대회만이 치러진 지난해, KPGA투어 상금랭킹 60위권 선수의 시즌 총상금은 3천544만원에 불과했다.
상금랭킹 60위는 다음 해 풀시드를 확보하는 기준 순위다. 풀시드를 가진 선수마저도 상금만으로는 투어를 뛸 경비마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간 국내대회 투어를 뛰기 위해서는 경비와 훈련에 필요한 비용만 2000~3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협회는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회 추가 개최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답만 돌아온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협의 중"이라는 말 뿐이다. 협회비를 내는 선수들은 뛸 대회가 없어 고민인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들릴 정도. 게다가 '협의 중'이라는 단어는 연초부터 계속 들어온 말이다. 그리고 결과물은 없었다.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매년 그랬다.
대회가 없는 두달이 넘는 기간동안 특별한 계획도 없다. 협회에 대회가 없는 기간동안 투어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문의했지만 역시 '협의 중'이라는 답변뿐이었다. 이 기간 대회가 계획되지 않은 건 연초부터 확정된 사실이다. 그런데 여전히 '협의 중' 이란다. 선수들은 하루, 한주가 아쉬운 마당에 협회는 너무나 느긋하다.
두달이 넘는 기간동안 아예 무계획은 아니다. 그나마 계획이 잡힌 행사도 선수들의 몫이다. 협회 측 관계자는 "선수들이 나서 재능기부 형태로 이어온 봉사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답답한 건 선수들이다. 한 선수는 대회 숫자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회장님을 뵐 때마다 물어본다. 대회가 늘어나는 게 맞느냐고. 하지만 항상 '늘어날거다'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래서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변함이 없다"면서 답답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양휘부 KPGA 회장은 올해가 본격적인 임기 첫 해인 신임회장이다. 양 회장은 지난 해 연말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2016 시즌 18개 대회 개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 회장은 지난 3월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시즌 투어일정을 공개하는 자리인만큼 실낱같은 기대감을 품었지만 '역시나'였다. 대회수는 겨우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공약은 말 뿐이었다. 지난시즌까지 열렸던 바이네르 오픈이 개최를 포기했지만 최경주 인비테니셔널이 부활해 그나마 현상유지에 성공했다.
당시 양 회장은 "지자체 등과 함께 대회를 개최하는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 단체와 함께 개최하는 순회대회를 만들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자체와 연계한 대회를 통해 투어 활성화와 지역골프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희망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원칙적 합의를 봤다던 대회 추가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 사이 KPGA투어의 올 시즌은 이미 절반이 끝났다.
협회가 손놓고 놀기만 한 건 아니다. 협회는 최근 방송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샷 트레킹'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랙맨을 활용한 샷트래킹 시스템은 보다 다이나믹 한 남자골프의 장점을 방송을 통해 잘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골프팬은 물론 관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양 회장의 말처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심을 키우는 게 길게보면 대회를 늘리는 데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대회 개최로 이어지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지난 3월 '원칙적 합의'를 봤다던 순회투어든 협회가 직접 대회를 만들든 가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협회는 선수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협회장은 말그대로 회원들의 대표다. 그러나 현재 KPGA는 선수들이 협회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협회비를 내는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부업까지 뛰어야 하지만 협회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조원범 마니아리포트 기자 wonbum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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