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한 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 전 루지 국가대표 선수가 전 국가대표 코치와 대한체육회, 대한루지경기연맹을 상대로 한 징계무효 확인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희망찬 2016년을 시작하는 순간에는 2008 베이징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가 술자리에서 후배를 폭행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소식도 있었다.
쳬육계는 지난 2014년부터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 폭력과 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를 '스포츠 4대 악'으로 규정해 근절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세청까지 총동원돼 체육계에 만연한 4대 비리를 끊어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였다.
하지만 체육계는 2015년의 마지막과 2016년의 시작을 코치와 선수, 선배와 후배의 폭행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장식됐다. 체육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근절 의지를 보였던 체육계의 폭행은 왜, 또다시 불거진 것일까.
◈집중 육성 종목의 빛과 그림자, 논란은 계속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종목 집중 육성의 목적으로 타 종목에서 루지로 전향한 전 루지 국가대표 권모씨. 권씨는 지난 2012년부터 계속된 국가대표팀 코치의 폭행과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선수자격정지 등이 부당하다며 전 루지 국가대표 코치 이모씨와 대한루지경기연맹,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사실상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은 대대적인 동계 스포츠 육성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다른 종목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유망주들이 대거 동계 종목으로 전향했다. 국가적인 관심으로 집중 육성되는 ‘빛’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분명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 때문에 루지 국가대표 폭행 논란과 같은 ‘그림자’가 뒤따랐다.
권씨는 2012년 국가대표 전지훈련부터 이씨의 폭행이 계속됐고, 결국 2013년 9월 대표팀 훈련 도중 선수단에서 이탈해 루지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코치 이씨는 자신의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판부의 판결이 선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만을 판단했다면서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폭행 논란은 결국 해를 넘겨 2016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엄격한 선후배 문화, 결국 폭행으로 터졌다
‘한국 역도의 간판’ 사재혁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춘천의 한 술집에서 역도 후배들과 가진 송년회 자리에서 국가대표 후배 황우만과 말다툼 끝에 폭행,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재혁은 지난해 1월 태릉선수촌서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황우만에 손찌검을 했다. 이후 황우만이 사재혁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동료들에 이야기했던 것이 결정적으로 둘의 사이가 벌어진 계기가 됐다. 연말 송년회에 사재혁이 있는 자리에 황우만이 합석하게 된 것도 둘의 화해를 위함이었지만 결국 더 큰 사고가 터졌다.
사고 후 사재혁은 황우만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사죄했지만 황우만의 가족은 절대로 합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사재혁을 소환조사하는가 하면, 대한역도연맹 역시 4일 선수위원회를 열고 국가대표 품의를 훼손한 사재혁에 자격정지 10년을 결정했다. 리우 올림픽을 선수 인생의 마지막 기회로 준비했던 사재혁이지만 불명예스럽게 플랫폼을 떠나게 됐다.
◈성적 우선주의와 복종문화, 폭행이 답은 아니다
최근의 사례에서도 확인한 선수 간의, 또는 코치의 선수 폭행은 과거부터 체육계에서 근절돼야 했던 고질적인 문제다. 예전부터 군대 못지않은 강력한 위계질서가 통용됐던 탓에 ‘폭행이 있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이 이어져 왔다.
최근의 자정 노력을 통해 체육계에 만연했던 그릇된 인식을 씻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벌을 가장한 폭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위의 두 사례 역시 선수와 후배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장 또는 숙소에서의 생활태도 개선을 위한 코치와 선배의 행동이 옳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시대가 달라졌다. 선수단 사이에서 입만 닫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입뿐 아니라 손으로도 서로의 비밀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이제는 스포츠에서도 어떠한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체벌과 폭력으로 만들어진 메달은 더는 환영받을 수 없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