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데이비드 베컴과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니키 버트 등 어린 선수들을 1군에서 활용하며 들어야 했던 평가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퍼거슨의 아이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어린 제자들과 함께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맨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당시 ‘퍼거슨의 아이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성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나이였다. 쟁쟁한 선배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만나더라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보여줄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나이가 고작 14세라면 말이 달라진다. 14세 프로축구 선수가 실제로 등장했다. 무대는 바로 아프리카 축구의 강호 이집트다.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집트 프로축구 2부리그의 엘 구나의 지드 엘 세히피다. 최근 카이로의 페트로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 프로축구 최강 클럽 알 아흘리와 이집트 컵 대회 16강에서 전반 38분 엘 구나의 세 번째 교체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엘 구나의 단장인 마흐메드 엘 세히피의 아들인 지드 엘 세히피는 이번 교체 투입으로 이집트 프로축구 역사상 최연소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인 1960년대의 모하메드 엘 세야기의 기록을 2년 앞당겼다.
엘 구나는 지난 시즌 이집트 프리미어리그에서 16위로 강등된 탓에 감독은 물론, 많은 주축 선수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결국 단장의 14세 아들까지 선수로 투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했다.
지드 엘 세히피의 교체 투입 이후 8골이나 더 내준 엘 구나는 이 경기에서 0-13의 기록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엘 구나의 13골 차 패배가 최근 50년 중 이집트 프로축구에서 나온 최다 점수차 패배 기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드 엘 세히피는 역사적인 팀 패배는 안중에 없었다. 14살 어린 소년에게는 상대 선수인 아흐메드 파티와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였다. 이집트 국가대표로 A매치 101경기에 출전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활약했던 파티는 지드 엘 세히피에게 상대 선수가 아닌 영웅이었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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