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중 박보영은 사라진 소녀들을 보는 유일한 목격자 '주란'을, 엄지원은 비밀을 간직한 기숙학교의 총 책임자 '교장'을, 박소담은 실종된 소녀들을 애써 외면하는 우수학생 '연덕'을 각각 맡아 색다른 시너지 효과를 빚어냈다. 21일 서울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경성학교의 제작보고회 현장에 함께한 이들 '여배우 트리오'의 케미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를 재구성했다. [편집자 주]
박보영: 제가 맡은 주라는 고립된 경성의 기숙학교에 전학을 온 학생이다. 전학 온 뒤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비밀을 파헤친다.
엄지원: 기숙학교 교장 역을 맡았다. 온화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 뒤에 날카롭고 다면적인 성향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다.
박소담: 제가 맡은 연덕은 기숙학교의 우수한 학생인데, 전학을 와 따돌림 당하는 주란에게 유일하게 다가가는 소녀로 주란과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 이런 제작보고회 현장은 처음인데 지금 굉장히 떨린다.
박보영: 주란은 연덕의 일기장을 몰래 보면서 예전에도 이 기숙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일기장에 사건의 실마리가 들어 있는 것이다.
감정의 진폭이 몹시 큰 주란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위축돼 있다가 연덕이랑 지낼 때만 밝아진다. 그러다가 비밀을 파헤치면서는 다시 어두워진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눈 덕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었다.
엄지원: 교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소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상징적으로 교편을 들고 다녔다. 걸을 때마다 교편에 매달린 술이 달랑거리면서 영화의 위태로움을 은유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교장 캐릭터는 제가 전작들에서 맡았던 역할들과 달라서 재밌었다. 기존에 내면으로 침잠하는 정서적인 인물들을 많이 했는데, 교장은 감정적으로 드라마틱한 면도 있고, 악역이라기보다는 다중적인 면이 있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밌게 작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교장의 일본어 대사가 적어서 늘리자고 제안을 했다. 시대적인 배경을 교장의 일본어로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다시 나온 시나리오를 보니 일본어가 너무 많아졌더라. (웃음)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역할을 준비했다.
박소담: 연덕 캐릭터는 운동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다. 그래서 운동화를 신고는 운동장을 굉장히 많이 뛰었다. 촬영 때는 운동화에 항상 흙이 묻어 있었다.
박보영: 이 운동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밑창도 얇고 코가 양쪽으로 갈려져서 신을 때마다 불편했던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 (웃음)
박소담: 연덕을 연기하면서 표정 없이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학교에 있는 소녀들 중에서 연덕이 가장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하는 것도 많았을 것이다. 주란을 만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기복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감독님과 의견을 나눴다. 감독님께서 잘 잡아 주셨다.

박보영: 워낙에 대선배님이셔서 많은 조언을 얻었고 큰 도움이 됐다. 저희 집이 딸만 셋인데, 제가 둘째다. 현장에서도 나이대가 중간이었다. 엄지원 선배님은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셨고, 소담 씨도 자기 몫을 잘 해줬기에 중간에서 힘들지 않았다.
엄지원: 애들이 다 또래이다보니 저만 왕따였다. (웃음) 멀리서 보면서 '재밌게들 노는구나' 생각했다.
박소담: 저는 집에서 맏이다. 그래서인지 선배님들을 대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두 선배님의 워낙 유쾌하신 모습에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현장에서 많이 떨고 적응도 못했는데, 든든하게 받쳐 주셨다.
엄지원 선배님은 연기하실 때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데, 컷하면 너무 여성스러우시다. 박보영 선배님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도는 엄청나다. 저는 그런 연기를 아직 많이 해본 적이 없다. 큰 걸 배웠다.
엄지원: 촬영하면서 겁이 사라진 인물은 박보영 씨다. 보영이가 맡은 주란의 정서가 워낙 스펙터클 하다보니 역할을 따라가면서 겁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박보영: 제가 올해 스물여섯 살인데, 이번 영화에도 교복을 입고 나온다. 촬영할 때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웃음) 앞으로도 주위 분들이 말리지만 않는다면 교복을 꾸준히 입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엄지원: 보영이는 앞으로 10년은 더 교복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모든 여배우들이 좀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기를 열망한다. 경성학교는 여성 미스터리로 포장할 수 있는데, 질감이 섬세하다. 여성들이 지닌 섬세함 덕에 보다 흥미로운 미스터리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세 여배우의 케미도 남자들의 그것 못잖았다. 이런 지점에서 이 영화에 임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애정도 많이 생겼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소담: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신인 배우로서 많이 떨린다. 이 떨림이 앞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좋은 것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많은 소녀가 나오는 영화도 없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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