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저 머릿속은 멍했다. 이후 오늘까지 나흘 동안 볼만 때렸다. 나 자신에 실망해서다. ‘왜’라는 물음표를 그리며 한 타 한 타 날렸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매경오픈 1R 마친 후에도 자신감
다시 생각해 본다. 첫날로 돌아간다. 5번 홀까지 파 행진을 하다 6번 홀에서 첫 보기를 했다. 다음 홀도 역시 보기. 그리고 8번 홀에서 또 다시 티샷을 왼쪽 숲으로 보냈다. 3개 홀 연속 보기.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회장인 남서울 코스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드디어 파5인 9번 홀에서 첫 버디가 나왔다. 티샷이 왼쪽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지만 3번 우드로 세컨드 샷을 홀 52m 앞까지 보냈다. 그린에 볼을 올릴 때 핀 뒤로 넘어가면 심한 내리막 퍼트를 남기게 돼 2퍼트를 보장할 수 없다. 정확한 거리를 맞추는 데 모든 감각을 세우고 세 번째 샷을 날렸고, 볼은 홀 1.5m 거리에 안착했다. 첫 버디는 그렇게 낚았다.
후반 들어 파3인 11번 홀에서도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벙커 넘어 그린 에지에 볼을 떨어뜨린 뒤 굴려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타 12번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였다. 이후 보기와 버디를 1개씩 주고받은 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티샷 실수로 인해 다시 보기를 범했다. 드로 구질로 티샷을 날리려고 했지만 정반대로 페이드 구질이 나오면서 우측 숲으로 볼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래도 어쨌거나 첫날은 무난하게 마쳤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컷 통과라는 단어는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져 있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어떻게 타수를 줄일까만 생각했다. 그러면 상위권 입상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둘째날 첫홀부터 트리플 보기 범하며 좌절
마침내 2라운드 날이 밝았다. 5월의 햇살이 내 몸을 따스하게 감쌌고, 모든 것이 잘 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꿈은 시작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10번 홀부터 출발했는데 그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만 것이다.
10번 홀은 티샷의 랜딩 에어리어 지점이 좁은 데다 왼쪽으로 치우치면 자칫 언덕 밑으로 볼이 굴러 떨어지고 만다. 우측은 경사지다. 그래서 페이드 구질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슬라이스가 나면서 우측 숲 깊숙이 들어가고 말았다.
가서 보니 백스윙이 나뭇가지에 걸려 클럽을 제대로 휘두를 수도 없었다. 두 번째 샷은 결국 10m 전진하는 데 그쳤다. 다시 8번 아이언으로 레이업을 한 뒤 네 번째 샷으로도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5온 2퍼트로 순식간에 3타를 까먹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후반 들어 3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 티샷이 벙커에 왼쪽 구석에 빠졌는데 에그 프라이 상황이었고, 더구나 벙커 안에서는 스탠스를 취할 수 없었다. 결국 벙커 턱에 양쪽 무릎을 꿇고 상체 힘만으로 박힌 볼을 쳐야 했다. 그 순간 ‘아! 답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역시나 볼은 벙커 턱을 맞으며 탈출이 되지 않았다. 세 번째 샷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3m 오르막 퍼트도 실패해 더블 보기를 범했다. 이후 버디 1개를 추가했지만 컷 통과에는 실패했다.

노력도 없이 내 욕심 채우려…자만 반성
사실 매경오픈 전까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정회원 테스트를 수석으로 합격했고, 시드 선발전에서도 공동 선두에 오른 뒤 연장에서 져서 2위를 한 까닭에 ‘내 실력이면 충분히 통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핑계라면 새로 바꾼 드라이버가 들쭉날쭉 하면서 티샷이 흔들린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연습이 부족했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내 욕심을 채우려 했다. 대회는 프로 골퍼들에게는 직장이다. 일반 회사에서는 날짜만 되면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 실력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부단히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 팬들 앞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는 거다. 그래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시련이 먼저 찾아온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순위보다는 내가 만족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차근차근 치고 올라가겠다.
이번 주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오픈이 기다리고 있다. 최경주 선배를 비롯해 일본에서 뛰고 있는 실력파들이 대거 참가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교훈을 얻을지 나 역시 궁금하다.
정리=김세영 기자(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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