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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가도"…스크린에 아로새긴 '5·18 광주'

영화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스카우트' '26년'으로 들여다본 역사 속 개인

2015-05-18 11:00

1980년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전남도청앞광장분수대를중심으로2만여명의시민과학생들이모여민족민주화대성회를열고있다.(사진=5·18기념재단홈페이지)
1980년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전남도청앞광장분수대를중심으로2만여명의시민과학생들이모여민족민주화대성회를열고있다.(사진=5·18기념재단홈페이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느덧 35주년을 맞았습니다. 피로 물든 한국 현대사의 큰 아픔인 5·18 민주화운동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권력 구도를 드러내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기점으로 유신체제가 붕괴하면서, 한국 사회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올랐습니다. 그러나 그해 12월 12일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위시한 신군부 세력이 민주화 요구를 무시하면서 국민적 저항을 부르게 됩니다.

이듬해인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시위 등 학생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신군부는 위협을 느꼈고, 이틀 뒤인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를 발표합니다. 군대를 앞세워 시민들의 저항을 막는 한편 민주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투옥을 시작한 겁니다.

신군부의 이러한 조치는 광주 지역에서 커다란 저항에 부딪힙니다. 신군부는 이곳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고립시킨 채 학살을 자행합니다. 이에 맞서 시민들은 열흘간 투쟁을 벌이지만, 군의 대대적인 폭력진압 앞에서 스러져갑니다.

2000년대에 소개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를 통해 이 역사적 아픔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합니다.

◇ 모든 걸 잃은 개인의 절규 "나 다시 돌아갈래!"…'박하사탕'

"세월은 흘러가도"…스크린에 아로새긴 '5·18 광주'
김영호(설경구)는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에 나타나서 노래를 부른 다음 철로 위로 올라간다. 야유회 장소는 20년 전 순임(문소리)과 함께 소풍을 왔던 곳이다. 시간은 거슬러 3일 전으로 이동한다. 영호는 이혼과 사업의 실패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다. 이때 순임의 남편이 찾아와 영호에게 카메라를 전해준다. 영호는 첫사랑 순임을 찾아가 죽어가고 있는 그녀 곁에서 박하사탕을 들고 오열한다.

시간이 다시 1994년으로 이동한다. 영호는 자신이 고문한 박명식을 만나고, 그에게 삶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1984년 영호는 경찰이 돼 박명식을 고문한다. 영호는 박명식에게 삶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영호는 경찰이 돼 폭력적인 시대로 인해 거칠게 변해간다.

1980년 순임은 영호를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면서 카메라를 선물하고, 영호는 광주진압작전에 투입돼 소녀를 사살하게 되면서 폭력적인 현대사로 인해 삶이 파멸돼간다.

밀레니엄 시대 첫날인 2000년 1월 1일 개봉한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은 시간이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가는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폭력으로 인한 구성원 개인의 파멸을 극명하게 보여 줍니다.

2000년대에도 1980년대의 상처는 개인의 삶에 일정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아픈 역사 한 페이지를 빌려와 그 트라우마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오롯이 재현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무자비한 총·칼에 맞선 소시민들의 투쟁기록…'화려한 휴가'

"세월은 흘러가도"…스크린에 아로새긴 '5·18 광주'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이준기)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 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 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 간의 사투를 시작한다.

2007년 7월 25일 개봉한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을 당시 진압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쓴 수기의 제목에서 따 온 것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영화는 1980년 5월 17일 전국에 내려진 비상계엄 조치로 투입된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 탓에 죽어간 무고한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봉 당시 73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 어느 야구 스카우터의 눈에 비친 눈물의 광주…'스카우트'

"세월은 흘러가도"…스크린에 아로새긴 '5·18 광주'
1980년, 대학 야구부 직원 호창(임창정)에게 '불가능한' 미션이 떨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의한 3연패 치욕을 떨쳐 버리기 위해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을 스카웃 해 오라고 명을 받은 것이다.

광주로 급파견된 호창. 경쟁 대학의 방해공작 기운마저 느껴지는 가운데, 그가 괴물투수 선동열 대신 만난 것은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이별을 선고하고 사라졌던 세영은 7년 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 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박철민)는 호창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괴물투수의 부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선동열이 경쟁 대학으로 스카웃됐다는 소문에 서울은 발칵 뒤집힌다. 선동열의 얼굴도 보지 못한 호창은 그 와중에 5·18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군대의 무자비한 학살에 죽어가는 광주 시민들을 보게 된다.

2007년 11월 14일 개봉한 '스카우트'(감독 김현석)는 젊은 남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무대가 1980년 5월 광주라는 데 특수성을 띠고 있죠.

코미디 장르를 빌려 왔지만, 그 안에 진한 눈물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 그 후로 26년, 대를 이은 상처는 치유돼야만 한다…'26년'

"세월은 흘러가도"…스크린에 아로새긴 '5·18 광주'
"1980년 5월. 그리고 26년 뒤 학살의 주범 '그 사람'을 단죄하라."

광주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진구),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서대문소속 경찰 권정혁(임슬옹),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을 불러 모은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이경영)와 그의 비서 김주안(배수빈)의 제안은 바로 그 사람을 타겟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시작된 작전. 앞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연희동의 사설 경호인력이 보강되고, 주안은 그 사람의 비서실장인 탁실장을 대상으로 한 로비에 성공해 그 사람과의 단독 면담 날짜를 잡는다.

드디어 2006년 5월 18일 그날이 왔다. 저격 위치를 확보한 미진, 경찰 병력을 저지할 진배 일행, 그리고 김갑세와 주안은 탁실장을 이용해 검문을 통과하고 연희동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2012년 11월 29일 관객과 만난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은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웹툰 속 '그 사람'이 여전히 살아 있고, 그를 옹호하는 세력이 잔존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쟁을 부르기도 했죠.

앞서 2008년 9월 외압에 의해 영화 제작이 무산됐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특히 원작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보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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