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인브릿지를 맘에 들어 하는 이유는 코스뿐 아니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 있어서다. 나인브릿지에 들르면 꼭 빼놓지 않고 즐기는 게 커피다. 그냥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해질녘 클럽하우스 야외 테이블에서 ‘나 홀로’ 즐기는 커피다.
그 시간만큼은 모든 상념을 잊는다. 물로 둘러싸인 18번 홀 그린과 저 멀리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본다. 먼 하늘엔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은 연못에 잔물결을 남긴다. 나는 그저 의자 깊숙이 몸을 밀어 넣는다. 그게 다다. 별 것 아닌 이 작은 것에 난 매료됐고, 그래서 나인브릿지를 특별하게 여긴다. 별 것 아닌 이걸 다른 골프장에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다.
또 하나 나인브릿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생채기’가 거의 없어서다. 국내 대다수 골프장이 산을 깎아내고, 그곳에 억지로 코스를 앉히고 그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데 비해 나인브릿지는 다르다. 드넓은 분지와 계곡 사이에 홀들을 앉혔을 뿐이다. 인공은 가미됐으나 그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됐다.

나인브릿지의 18개 홀은 크리크와 하이랜드로 이뤄져 있다. 전반인 크리크는 건천과 호수를 이용해 전략적으로 디자인된 코스다. 2개의 건천이 전반 홀을 관통하고 있어 정확한 티샷과 세컨드 샷이 필요하다. 호수는 대개 그린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전반에 가장 어려운 곳으로는 4번 홀이 꼽힌다.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진 도그레그 형태에 중간에 계곡이 있다. 길게 뻗은 그린은 3단인 데다 왼쪽은 자연 수림 지대여서 한 번 삐끗하면 타수를 와르르 잃게 된다.
후반인 하이랜드 코스는 전통적인 스코틀랜드의 고지대를 모티브로 했다. 그래서 페어웨이는 넓고 벙커와 러프는 깊다. 11번과 15번홀은 그린을 함께 사용한다. 이 역시 스코틀랜드 스타일을 모방한 거다. 17번홀에서는 가끔 사람의 인기척에도 그린 주변에 모른 척 앉아 있는 노루를 만나기도 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18번홀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파5 홀로 왼쪽으로 가면 2온이 가능하다. 안전을 택한다면 오른쪽 페어웨이를 노리면 된다. 내 골프 인생의 첫 이글이 바로 이 홀에서 나왔다. 사실 티 샷을 한 번 더 했으니 ‘멀리건 이글’이긴 하지만.
다시 커피 얘기. 사실 내가 즐겼던 건 커피가 아니다. 커피는 단지 장식일 뿐이다. 진정 내가 즐기고, 갈구했던 건 상처 나지 않은 대자연 속에서의 라운드와 그 후 또 다시 이어지는 바람, 구름, 물 등 자연과의 교감이다.
마지막으로 나인브릿지의 이름에 관한 한 마디. 코스에는 총 8개의 다리가 있다. 그런데 ‘에이트 브릿지’는 왠지 어감이 어색했나 보다. 그래서 고객과 골프장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하나 더 있다 해서 나인브릿지라 했다. 약간 닭살이 돋는다. 그냥 ‘더 브릿지’라고 해도 좋았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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