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시즌 한국과 일본의 V-리그 남녀부 우승팀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단판 승부를 벌이는 ‘한·일 V-리그 탑매치’의 올해 대회는 한국에서 OK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일본은 JT 썬더스와 NEC 레드 로켓츠가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 단판승부로 진정한 챔피언을 가렸다. 남자부는 OK저축은행이, 여자부는 NEC가 각각 승리를 거뒀다.
◈”전 이 대회가 개최되는 것도 반대합니다”
예상보다 챔피언결정전이 일찍 끝난 탓에 OK저축은행은 2주 가까이 공백기를 가진 뒤 ‘한·일 V-리그 탑매치’에 출전했다. 지난달 31일에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여자부의 IBK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두 감독이 ‘한·일 V-리그 탑매치’ 출전에 불만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현행과 달리 차기 시즌 개막 전 ‘한·일 V-리그 탑매치’가 열리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개인적으로 대회 개최도 반대하지만 (개최 시기가 차기 시즌 개막 전으로 변경된다면) 무조건 환영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자기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의미상 탑매치는 정규리그 끝나고 챔피언끼리 하는 것이 맞다”면서 “두 리그의 시즌이 끝나는 일정이 딱 맞아떨어지면 더 좋다. 가능하다면 비슷한 시기에 끝나서 5일 이내에 경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시즌이 끝난 뒤가 아니라 차기 시즌을 시작하기 앞서 탑매치를 한다면 선수들도 경기에 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 분명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남자부 챔피언 JT 썬더스의 부코비치 베세린 감독도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유럽의 경우는 새 시즌 개막 전에 (탑 매치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한다”면서 “하지만 스케줄이 정해졌으니까 따를 수밖에 없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은 두 팀 다 같지만 이런 대회에 나오는 것 자체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대회 일정에 약간의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4팀의 감독 가운데 3팀 감독이 비록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즌 종료 후 ‘한·일 V-리그 탑매치’이 개최되는 현행의 방식에 불만을 표출한 가운데 유일하게 현재의 일정에 찬성한 감독도 있다.
일본의 여자부 우승팀 NEC 레드 로켓츠의 야마다 아키노리 감독은 “진정한 챔피언의 대결이 되기 위해서는 새 시즌이 개막하기 전보다는 시즌이 끝난 직후에 열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마다 감독 역시 시즌이 끝난 뒤 열리는 탑 매치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두 나라의 일정이 달라서 합의를 거쳐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한·일 V-리그 탑매치’는 시즌이 끝난 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열려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두 리그의 일정을 고려해 일정이 결정되는 만큼 두 리그가 모두 종료된 이후에야 대회가 열릴 수 있다. 일본 V.리그는 여자부가 지난 4일, 남자부는 5일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12일이 가장 빨리 열릴 수 있는 주말 경기였다.
올 시즌은 한국의 챔피언결정전이 남녀부 모두 3차전 만에 끝났기 때문에 일본보다 5일가량 먼저 시즌이 종료됐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은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다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한국 V-리그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3차전 만에 우승팀이 가려졌기 때문에 특히 더 일정이 맞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가 아닌 차기 시즌 개막전으로 일정을 늦춰 치르는 방안은 왜 성사되지 않는 것일까. 이 역시 두 리그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다. 한국은 매년 10월이면 새 시즌이 시작되는 반면, 일본은 1달 가까이 늦게 새 시즌을 개막한다. 두 리그의 개막에 맞춰 ‘한·일 V-리그 탑매치’가 성사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실제로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KOVO 관계자는 “차기 시즌 개막 전 개최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시즌 개막이 10월인 반면, 일본은 12월이라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면서 “특히 올 시즌의 경우는 남녀부 모두 챔피언결정전이 3경기 만에 끝이 나면서 한국 팀의 일정이 꼬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한·일 V-리그 탑매치’는 두 나라 배구리그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린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객관적으로 서로의 수준을 점검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대회가 꾸준히 개최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남녀부 모두 프로리그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여전히 실업리그에 머물고 있다. 일부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해당 팀의 직원 신분으로 코트에 나선다. 이 때문에 리그를 운영하는 주체의 규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한·일 V-리그 탑매치’ 출전이 선수들에게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다만 일본 V.리그가 재정적으로 열악한 탓에 자국에서의 ‘한·일 V-리그 탑매치’ 개최보다 한국 원정을 선호하고 있다.이 때문에 2013년 대회를 끝으로 ‘한·일 V-리그 탑매치’가 더는 열리지 않을 위기에 놓였지만 일본V.리그의 요청으로 2015년 대회를 한국이 개최했다.
문제는 두 나라가 번갈아 가며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던 만큼 일본 역시 한 차례 더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 2016년은 리우 올림픽으로 개최가 불투명하다. 2017년에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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