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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시선]매화 피듯 활짝 만개한 한국여자골프

2015-04-02 10:44

▲왼쪽부터장하나,박인비,김효주.사진
▲왼쪽부터장하나,박인비,김효주.사진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지난 주말 시골집 뒷밭에 오르니 매화가 만개했다. 기자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심었던 작고 가냘팠던 묘목은 어느새 굵은 밑동과 사방으로 뻗은 수많은 가지를 가진 성목이 됐다. 이 맘 때가 되면 꿀벌들도 바빠진다. 여기저기 꽃을 찾아 이동한다. 매화나무 아래에 서면 꿀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윙윙 거리며 요란하다. 수천 마리가 한 데 모여 내는 소리다.

올해 한국여자골프가 매화 같고, 꿀벌 같다. 겨울을 지낸 매화가 봄을 맞아 활짝 개화하듯 한국여자골프가 올해 그 꽃을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피워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국적 또는 한국에서 태어난 선수가 6연승을 거뒀고,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도 한국 선수의 승전보가 날아왔다.

국내에서도 그렇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9개 대회를 개최한다. 총상금은 184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대회는 2개, 상금은 19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일정도 빡빡해 다음 주 롯데마트여자오픈을 시작으로 7월 말까지 16주 동안은 한 주도 쉬지 않는다. 삼천리와 비씨카드, 일화, BMW도 새롭게 스폰서로 참여했다.

KLPGA 투어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1978년 5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한 부서인 여자프로부로 시작했다. 첫 프로테스트에서 8명이 선발됐다. 그로부터 10년 지나서야 남자협회에서 분리돼 KLPGA 투어를 창립했다. 1950년 출범한 LPGA 투어에 비하면 무려 38년이나 늦은 출발이었다.

여자골프는 한 때 대회가 적어 존폐 위기의 기로에 섰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 여자 프로 골퍼들은 대회 상금이 아닌 레슨 등으로 연명해야 했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했던 1998년 대회 수는 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세리의 투혼을 보며 골프채를 처음 손에 쥐었던 ‘세리 키즈’는 이제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다음 주 시즌 개막을 앞두고 1일 열린 KLPGA 투어 미디어 데이 현장은 봄날처럼 상큼했다. 매년 스타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만 그 빈자리를 좀 더 젊고, 활기찬 선수들이 메우고 있다.


KLPGA 투어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걸어온 길에 대해 이렇게 평하고 있다.

“누구도 우리의 시작을 희망적으로 보아주지 않았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뿌리내릴 수 없을 거라고,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딛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보잘 것 없고 미약한 시작일지라도, 그 시작이 없다면 어떠한 꿈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무도 열매를 제대로 맺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4년간 거름을 두둑이 주고, 가지 모양도 잡아줘야 한다. 여름철 무더위와 태풍, 그리고 겨울의 칼바람도 견뎌내야 한다. 그런 후에야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매화가 그렇듯 초창기 창립 멤버들의 공헌과 박세리의 활약을 보고 자란 주니어 선수들이 어느 덧 꽃을 활짝 피우고, 달콤한 꿀을 먹고 있다.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또 다른 작은 묘목들도 아름드리 성목이 꿈꾸고 있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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