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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대구 동성아트홀' 배회하는 '문화 유령'의 탄식

"시장·정치 논리로 지원 탈락…영진위·지자체 지원 재개해 달라"

2015-02-27 17:47

25일폐관한동성아트홀.(사진=동성아트홀제공)
25일폐관한동성아트홀.(사진=동성아트홀제공)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탈락 이후 운영난을 겪다 25일 폐관한 대구 지역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전국 15곳 시데마테크 단체들이 소속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구 동성아트홀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동성아트홀은 지난 11년 동안 2000여 편의 영화를 개봉하면서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예술영화관으로 꼽혀 왔지만, 지난해 9월 석연찮은 이유로 영진위 지원에서 탈락해 논란을 불렀다.

이하 성명서 전문.

2015년 2월 25일, 2004년 개관한 대구의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은 마지막 상영을 했습니다. 꿈을 버리지 못한 이의 탄식과 12년이 넘도록 극장 안을 배회하던 유령의 속삭임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상영작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담은 '갓 헬프더 걸'이었습니다. 저녁 8시, 폐관 소식을 듣고 찾아온 88명의 관객이 함께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극장을 지켜온 영사기사는 여느 때처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고, 몸이 불편한 매표소 직원을 대신해 그날 들어온 관람표를 세고 있었습니다.

극장에서는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 묵묵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상영이 끝난 후 남아 있던 많은 관객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고 일부는 극장 안에서 또 다른 이들은 바깥에서 폐관에 처한 이곳을 구제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마 오늘부터 어떤 관객은 문 닫힌 극장 입구에서 서성일 것입니다. 어떤 관객은 받지 않는 극장 전화를 두고 성화를 부릴 것입니다. 그리고는 뒤늦게 소식을 접한 관객은 아쉬움도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선 가끔 들리는 전화벨 소리가 나뒹굴고 그 소리에 흠칫거리던 유령의 숫자도 줄어들 것입니다.

다른 곳에선 결코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영화를 상영했던 탓입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극장이 너무 낡았던 탓입니다. 마땅히 지원해야 할 영화진흥위원회 그리고 시민의 문화적 삶을 고민해야 할 대구시가 손을 놓고 있었던 탓입니다.

시설이 더 좋은 극장은 도처에 있습니다. 많고 많은 곳이 영화관입니다. 동성로 거리에는 지금도 거대 자본의 극장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지만 그곳에 우리의 영화를 상영할 권리란 없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에서 조금 떨어진 동성아트홀은 작은 반딧불 같은 곳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곳에서도 만족할 만큼 영화를 상영한다면 이 낡은 극장이 사라지는 것에 아쉽다 하여도 여한은 없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기에 사라지는 것은 이른 일입니다. 극장이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법은 없습니다. 이미 동성아트홀은 지난 해 이래로 끝없이 곤경의 신호를 보냈지만, 이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25일폐관한동성아트홀내부.(사진=동성아트홀제공)
25일폐관한동성아트홀내부.(사진=동성아트홀제공)
지난해 대구 동성아트홀의 지원을 중단한 영화진흥위원회는, 그러므로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은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영화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대안적 배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를 위해 중심적 거점으로 예술영화관을 지원했습니다.

이제는 시 또는 지자체도 영상 문화의 다양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고전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의 영상물을 상영하는 공간을 지원하려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대구의 동성아트홀의 지원을 중단했고 이제는 예술영화관의 지원을 폐지하고 영화 배급 정책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만약 지역 극장의 설비가 부족했다면 이를 위한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것은 온당합니다. 그러나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대구 동성아트홀 주변의 거대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성벽은 마치 한국영화산업 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동성아트홀 폐관의 책임은 극장에만 있지 않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와 관객만으로 극장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독과점 시장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시설 미흡의 이유로 대구 동성아트홀의 지원을 중단한 것은 책임을 방기한 것입니다.

동성아트홀은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없는 대구에서 고전영화를 상영했던 유일한 극장이기도 했습니다. 관객은 대구에 시설 좋고 안락한 의자의 그 많은 극장 어디에서도 보일 기회가 없었던 파스빈더의 영화, 존 포드의 영화, 펠리니의 영화를 동성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성아트홀이 사라지는 것을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상영을 멈춘 극장이 다시 문을 열고 관객을 맞이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영화진흥위원회와 대구시가 시민의 영화 문화를 위한 장소로서 동성아트홀에 대한 지원 재개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이곳의 친구입니다. 이 작은 극장의 불빛이 꺼져갈 때 누구보다 먼저 영사기의 불빛을 살릴 수 있는 이는 관객입니다. 관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의 지지와 후원이 있는 한 극장이 영화 상영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동성아트홀의 폐관 소식에 대구의 관객들은 지금 자발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습니다. 극장을 살릴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주에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모임이 열릴 예정입니다.

대구 동성아트홀의 불빛이 꺼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이곳이 정말 사라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극장을 찾아주십시오. 그리고 관심을 부탁드립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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