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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랑 같이 본 사극 '상의원' "뚜껑 여니 멜로"

의상 소재 신선한 파격…인물들 억눌린 욕망·꿈 끌고가는 멜로 드라마 힘

2014-12-11 12:56

평론가랑 같이 본 사극 '상의원' "뚜껑 여니 멜로"
조선최초 궁중의상극.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주연의 사극 '상의원'(감독 이원석, 제작 ㈜영화사 비단길 외)이 표방한 장르적 특징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고증과 창작을 버무려내 조선시대 궁궐 안팎의 다양한 의복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인 만듦새를 지녔다.

상의원의 순제작비는 72억 원. 이 가운데 의상 제작비로만 10억 원이 들었다. 50명의 한복 제작 전문가들이 만든 극중 의상은 모두 1,000여 벌이다. 이에 동원된 원단 길이만 2㎞가 넘고 사용된 진주·비즈 양도 5,000여 개에 달한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상의원은 10일 서울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함께 영화를 본 이명희 영화 평론가의 대화를 전한다.

이진욱 기자(이하 진): 사극임에도 첫 장면의 시대적 배경이 현대여서 다소 파격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봤나.

이명희 평론가(이하 명): 영화를 현재와 맞닿게 하려는 상업적인 의도가 아닐까. 허구인 이야기를 실제처럼 믿게 하려는. 관객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려는 장치로 다가오더라.

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야기 흐름은 현대로 옮겨와도 무방해 보인다. 뚜렷한 신분 구조 아래서 계급에 따라 의복이 달랐던 시대적 특징과 왕실의 의복을 담당하던 기관인 상의원이라는 공간적 특징을 살리기보다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더 무게감을 뒀다는 인상이다.

명: 의상을 소재로 한 자유로운 상상력의 사극. '짝퉁' 같은 현대어가 그대로 쓰이고 초반에 코믹 요소를 많이 넣어서 파격으로 가는 듯했으나, 결국 멜로를 부각시켜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 방향으로 가더라.

진: 개인적으로 초반에 상의원의 수장인 어침장 돌석(한석규)이 달나라 여행을 하는 상상 장면이 눈길을 끌더라. 입는 옷조차 시대의 제약에 붙들려 있는 한낱 개인이지만, 상상에서만은 그 모두를 허물 수 있다는 점을 재밌게 그렸다고 할까.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로 흥미로운 병맛 코미디를 선보인 이원석 감독의 색이 짙게 배 있더라. 어느 부분이 기억에 남나.

영화'상의원'의한장면.(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영화'상의원'의한장면.(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명: 궁중 패션쇼 시퀀스다. '자기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여기는 자격지심으로 가득찬 왕(유연석)과 그러한 왕의 곁에서 내내 억압돼 있던 왕비(박신혜)의 갈등이 해소되는 인상을 주는 까닭이다. 최고 권력자로서 왕의 품위를 기품 있는 옷으로 지켜 주는 왕비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것 같다.

진: 그 장면에서 왕비를 보고는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조선을 속국으로 여기는 청나라 사신조차 자리에서 일어나 왕비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름다운 옷 한 벌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던데.

명: 하지만 왕과 돌석, 왕비와 공진(고수)으로 편이 나뉘어 벌어지던 갈등 상황을 모두 아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끌려갈 수 있을 만큼 센 힘을 지니고 있다. 왕비에게 최고의 옷을 입혀 최고의 여자로 만들고 싶은 공진의 욕망도 실현된다. 흥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처절한 궁중 암투로 흘러간다. 법도와 절차를 중시하는 돌석과 자유분방한 예술혼을 지닌 공진 사이 갈등이 본격화되는 게 한 축, 왕과 왕비, 공진간 얽히고설키는 멜로를 나머지 축으로 엮어가더라.

명: 궁중패션쇼까지는 장르 영화로서 관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면서 끌고 간다. 이때까지 뭔가 해소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 관객 입장에서는, 슬픈 멜로 드라마가 시작되니 맥이 다소 흐트러지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야기가 구심점을 갖고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되는 느낌이다.


진: 인물 구도는 어땠나.

명: 나름 잘 짜여졌더라. 공진과 왕, 왕비가 멜로 담당, 돌석은 사회적 메시지 담당이라고 할까. 공진과 돌석의 대결 구도가 촘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공진이 단순히 재능 있는 인물로만 남은 느낌이다.

진: 극중 공진과 돌석은 영화 '아마데우스'(1984) 속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의 재능을 질투하면서 탐내는 살리에르를 연상시키더라.

영화'상의원'의한장면.(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영화'상의원'의한장면.(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명: 공진과 돌석의 관계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다. 나름 이야기에 몰입했던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돌석의 권력욕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진: 멜로 축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그려지다보니, 메시지 축이 상대적으로 힘을 덜 받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돌석의 신분상승 욕망으로 대표되는 권력욕이 부르는 사건들은 단순한 반복에 그치는 듯하다.

명: 두 축이 잘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는 면은 있다. 돌석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이유다. 두 예술혼의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고 싶었다면 그 관계의 결말이 상투적이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를 멜로 드라마로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싶다. 멜로 축이 끝가지 감정과 감동을 끌고 가는 측면이 있다.

진: 사극의 옷을 입은 멜로 드라마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명: 긴장, 활극이 전면에 나서는 사극에서 벗어나 의상이라는 미시사적 소재가 쓰인 점이 신선하다. 로맨틱 멜로 드라마에도 의상이란 소재는 어울린다. 권력이나 정치라는 거대담론보다, 네 인물의 꿈과 욕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네 인물 모두의 억눌린 욕망, 이루지 못하는 꿈이 멜로 드라마의 힘으로 영화를 끝까지 끌고간다.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진: 의상을 핵심 소재로 쓰는 신선한 파격을 보였지만, 이야기가 다소 상투적이다보니 자칫 소재까지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있다.

명: 앞서 선보인 사극 '광해' '관상' '역린' 등이 남성성 강한 영화였다면, 상의원은 여성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시각적으로 여성관객들을 사로잡을 장면들이 조금 더 필요했을 듯싶다. 의상 하나 하나의 세세한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담아냈으면 어땠을까. 파격이 아니더라도 매혹적인 부분을 보였어야 했다. 영상미학적 측면을 더 부각시켜 의상을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127분 상영, 24일 개봉.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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