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출사명소(出寫名所)가 전북 정읍의 옥정호(玉井湖) 일대다. 가을철 섬진강 상류인 이곳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자연경관은 일찍부터 많은 이들을 감동시켜왔다.
옥정호가 아름다운 건 박제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생활터전이 어우러져 있어서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과 순박한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까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미 흘러간, 이제는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옛 모습이 옥정호 주변에 오롯이 남아 있다. 옥정호는 그래서 어머니를 닮았다.
정읍 구절초 축제는 옥정호 상류의 청정 계곡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솔숲을 배경으로 열린다. 9회째를 맞는 올해는 10월 12일까지 열린다. 정읍 구절초 축제는 이제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 행사가 됐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전국 가볼만한 축제 20선’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뽑는 국내 최고의 여행지 ‘베스트 그곳’에 선정됐다.
정읍 구절초 축제는 여느 행사와 다르다. 우선 시끌벅적하지 않다. 울긋불긋 단풍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구절초가 그렇듯 축제도 청초하고 담백하다. 가족 혹은 연인끼리 조용히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축제장 내에 설치된 ‘사랑의 방송국’에서는 DJ가 즉석 신청곡과 사연 등을 방송한다. 옛 추억을 자극하는 7080 노래들이 주류다.
야간에 방문하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솔숲 사이 은은한 조명이 구절초와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일부러 밤에 찾는 이들도 있다.
추억 만들기 행사도 다양하다. 하얀 도자기 판에 각자의 꿈과 사연을 그림과 글씨로 새기는 ‘꿈의 담장-백자도판 꿈새김’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사랑의 우체통’을 이용해 연인이나 가족에게 엽서를 띄우는 것도 낭만적이다. 행사장 내 빨간 우체통에 사연을 담은 엽서를 넣으면 이틀 마다 수거해 발송한다.
올해는 새롭게 구절초 꽃잎 띄우기 행사도 열린다. 돌담길 옆 실개천에 야생 꽃잎을 띄운 후 함께 걸어가다 꽃잎이 연못에 안착하는 것을 보는 이벤트다. 연못에 모인 꽃잎은 또 하나의 구절초 꽃밭을 이루게 된다.
구절초테마공원에서 꼭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능교(綾橋)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다리에서 옥정호를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이 다리는 영화「남부군」과 드라마 「전우」의 촬영지로도 사용됐다. 전우에서는 배우 최수종이 마지막 사투를 벌인 ‘비단교 전투’의 무대였다.
능교 옆에는 옛 국도로 사용되던 길이 옥정호를 따라 이어진다. 섬진강 상류인 옥정호 주변은 이른 아침이면 스멀스멀 안개로 뒤덮인다. 안개 속 호수를 따라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하는 셈이다. 구절초테마공원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축제를 즐긴 후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산내 면사무소가 있는 능교2리를 찾으면 된다. 민물매운탕과 붕어찜이 유명하다. 두충나무와 감초, 엄나무, 갈근 등을 넣어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축제 및 주변 관광지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홈페이지(www.gujulcho.co.kr)를 참조하면 된다.
[wonbum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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