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승산 메밀 축제는 도로 옆 너른 밭에서 열려 길가에 주차를 하면 곧바로 축제장이다. 새하얀 메밀꽃밭 옆으로는 작은 송림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소설가 이효석의 말처럼 소금을 뿌려놓은 듯하다. 사람이 적으니 메밀밭 사이로 작은 길은 한가롭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이 축제는 다른 행사와는 조금 다르다. 축제가 처음 탄생할 당시에는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였지만 지금은 순수 민간이 운영한다. 민간이 기획부터 최종 결산까지 집행하는 축제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다. 행사 관계자는 “축제의 맥을 잇기 위해 농민단체가 나섰다”면서 “농사만 짓다보니 축제를 운영하는 능력은 솔직히 떨어진다. 하지만 열정은 넘친다”고 했다. 지역 농민단체 회원들이 축제장의 허수아비, 장승, 원두막 등 거의 모든 장식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혁명 초반에 동학농민군은 탐관오리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일본군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죽창이나 낫, 괭이 등으로 무장한 농민군과 현대식 무기를 지닌 일본군과의 전투는 말이 전투지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나중에 조선을 병합한 일본은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당시 군이었던 고부를 면으로 격하시키면서까지 혁명의 작의 불씨까지 없애려 했다.
키가 작고 새하얀 꽃을 피우는 메밀은 비바람에도 쉽게 쓰러진다. 그러고 보니 메밀꽃은 그 당시의 민초를 쏙 빼닮았다. 평생 농사밖에 몰랐지만 사회의 변혁을 위해 기꺼이 일어섰던 농민군의 혼백이 순백의 메밀꽃에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발품 팔며 애써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는 축제지만 그래도 명맥을 잇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농부들. 그곳 농부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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