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목)

스포츠

송효경 "'싱글맘 파이터' 꼬리표 떼고 싶어요"

로드FC서 호쾌한 파운딩으로 승리…"아들에게 멋진 엄마 되고파"

2014-08-04 06:00

파이터송효경
파이터송효경
여성 파이터 송효경(32, 싸비MMA)은 7월 26일 구미 박정희 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16' 대회 여성부(계약체중 -54kg급) 경기에서 기무라 하즈키(일본)에 승리했다. 2라운드에서 송효경의 파운딩 펀치가 불을 뿜자 상대 감독이 수건을 던진 것이다. 이날 송효경 경기 동영상은 하룻만에 조회수 60만을 넘어서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싱글맘 파이터'로 알려졌지만 "'싱글맘 파이터'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송효경을 지난 29일 만났다.

◈ "'쏘리, 쏘리' 하면서 때렸다"

"행복해도 잠이 안 오나봐요. 어젯밤에 1시간밖에 못잤어요. 시합 끝나고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어요. 페이스북으로 친구신청도 많이 받았고요. 카톡하면서 손가락이 아프기는 처음이었어요. 하하" 6패 끝에 거둔 첫 승. 송효경은 승리한 기쁨도 컸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더 기분이 좋았다. "'파운딩이 끝내줬다'는 칭찬이 많았어요. 격투가답게 멋진 시합으로 주변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쳤죠."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다. 송효경은 타격은 강하지만 레슬링, 주짓수 같은 그라운드 기술에 약점을 보였다. 패한 6경기(입식 2번+종합 4번)에서 2번의 입식격투기 시합은 그래도 판정까지 가서 졌지만 종합격투기 시합은 4번 모두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그라운드에서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파운딩으로 끝내고 싶다고 늘 생각만 해오다가 이번에 생각대로 그림이 나와서 정말 기뻤죠."

이번 시합을 앞두고 38일간 강훈련을 소화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는 그라운드 훈련에 매진하면서, 몸의 중심을 강화하는 기능성 운동으로 힘을 키웠다. "예전에는 '밑에 깔리면 무조건 지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니까 (이재선) 감독님의 주문을 이전보다 잘 소화하게 된 거죠."

"경기에 완전히 몰입"했던 송효경은 "이기려는 마음이 상대보다 간절해서 승리한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지인 말이, 제가 시합 중에 그렇게 악을 쓰더래요. 시합하면서 소리지른 적은 없었는데, 나중에 동영상 보니까 제 눈빛이 살아있더라고요." 승리가 절박했지만 하즈키에게 파운딩 펀치를 내리꽂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상대가 계속 코피를 흘렸는데, 제 펀치가 적중될 때마다 피가 바닥으로 튀는 거에요. 하지만 이겨야 되니까 '쏘리, 쏘리'라고 외치면서 때렸죠."

혈전을 치렀지만 두 선수는 시합 후 친구가 됐다. "하즈키를 꼭 안아줬는데, 상대도 저의 미안한 마음을 느낀 것 같아요. 하즈키가 SNS 상으로 '기회가 있으면 꼭 경기를 하자'고 하길래 저도 '내가 이겼지만 당신은 멋진 파이터'라고 답했어요." 그러면서 송효경은 "서로 피 터지게 싸운 후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주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해주는 게 격투기의 매력"이라고 웃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송효경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2012년 격투기 입문 때부터 자신을 지도해준 감독님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6패쯤 하고 나면 승리에 대한 조바심이 생길 법하건만 그는 "'내가 왜 격투기를 할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했다. 대신 "수많은 패배를 통해 자신이 성장했다"고 믿는다.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고, 그것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조금씩 향상된 거죠. 계속 졌지만 항상 제가 이긴다는 마음으로 시합에 임해요. 승패에 관계없이 제 실력을 100% 발휘하면 후회가 안 남더라고요."

송효경은 양쪽 무릎이 모두 좋지 않다. 과거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은데다 이번 시합을 준비하면서 오른쪽 무릎 인대마저 손상됐다. "마지막 시합으로 생각하고 뛰었는데 이기고 나서 팬들이 많이 생기니까 열정이 샘솟는 것 같아요. 재활 열심히 해서 다시 한 번 멋진 시합 보여드릴게요."


◈ "아들에게 멋진 엄마 되고 싶다"

발차기공격을하는송효경.사진=로드FC제공
발차기공격을하는송효경.사진=로드FC제공
송효경은 이혼 후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보디빌딩과 크로스핏 등 운동에 전념하면서 시련을 극복했고, 더 강해지기 위해 격투기를 수련했다. "3개월 훈련하고 처음 시합을 나갔는데 두렵기 보다는 즐거웠어요. 힘든 가운데 짜릿한 기분을 느꼈죠. 그래서 자꾸 시합을 나갔나봐요."

이전 6번의 시합은 모두 일본에서 치렀다. 로드FC는 그에게 한국 데뷔전이었다. 송효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서웠다"고 했다. "승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 이혼 사실을 만인에게 공개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두려워서"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혼을 했고, 8살 짜리 아들(명우)이 있다'는 얘기만 했을 뿐인데, 송효경에게는 어느 순간 '싱글맘 파이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아이는 아버지가 키우고 있고, 저는 주말에만 봐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거에요." 본인이 말하지 않은 부분이 왜곡되는 바람에 그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엄마와 아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송효경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제가 SNS 상으로 '엄마 시합 뛰는데 그 사람이 엄마 때리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물었더니 아들이 '내가 때려줄 거야. 발차기 해서 울게 만들 거야'라고 했어요. 이 동영상이 기사화 됐는데, 기사 밑에 아들을 욕하는 악플이 엄청 많은 거에요. 훗날 아들이 엄마 때문에 달린 악플을 보고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신고하기 눌러서 몇 개는 없앴고, 지인들에게 '선플 좀 달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여느 엄마처럼 송효경은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올해 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주 똘똘해요. 호호" 1주일에 한 번 엄마와 만난 후 헤어질 때면 명우는 엉엉 운다.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주고 받지만 아이와 오랫동안 함께 있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는 그는 "멋진 엄마가 되어서 보상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멋진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좋은 시합을 해서 '싱글맘 파이터'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어요. 멋있는 선수,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고요. 격투기 선수는 평생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열심히 배워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운동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보람있을 것 같아요."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