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화)

야구

시카고 컵스 입단, '충훈고 손호영' 이야기

평촌중 시절부터 투-타 만능꾼. 홍익대 진학 후 야구 포기

2014-05-12 23:31

▲충훈고시절의손호영.그는최근시카고컵스에입단한것으로알려졌다.사진│김현희기자
▲충훈고시절의손호영.그는최근시카고컵스에입단한것으로알려졌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달 29일, 시카고 지역 매체 중 하나인 ‘시카고 나우’에서는 다소 흥미로운 소식 한 가지를 전했다. 대학교 자퇴 이후 야구를 그만 둔 한 선수가 시카고 컵스와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홍익대에서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던 손호영(21). 재능은 있으나, 야구를 스스로 그만둔 선수에게 계약 규모를 떠나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그는 장학생 자격으로 입학한 대학에서 야구를 그만둔 이후 군 입대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던 터였다.

손호영을 지명한 구단이 시카고 컵스라는 점도 상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2009년 이후 해외로 진출한 여러 고졸 유망주들 중 컵스가 가장 많은 선수를 데려갔기 때문이었다. 북일고 김동엽, 덕수고 나경민이 2009년에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고, 이듬해에도 고졸 우완 최대어라 평가받았던 덕수고 김진영 역시 선배들의 뒤를 따랐다. 현재 템파베이 레이스의 내야 유망주, 이학주의 원 소속팀 역시 시카고 컵스였다. 삼성의 임창용 역시 시카고에서 메이저리그의 꿈을 꾼 바 있다. 이쯤 되면 컵스에 ‘리틀 코리아’라는 별칭을 붙여 줄 만하다. 미국 네브레스카 대학 졸업 이후 KIA에 잠시 몸담았던 성민규 현 시카고 컵스 극동 스카우트의 존재도 가벼이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신생팀 충훈고의 샛별이었던 유망주, 내야수 손호영 이야기

물론 손호영은 시카고 컵스 입단이 알려지기 전까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그도 사실 중학/고교 시절에는 여러 차례 주목을 받을 만큼 꽤 뛰어난 야구 센스를 지닌 유망주였다. 평촌중학교 시절에는 김덕근 감독의 조련을 받아 유격수와 투수를 병행하며 팀을 먹여 살릴 정도였다. 이에 그를 지켜 본 이정훈 당시 북일고 감독은 평촌중학교로 직접 찾아 와 김 감독에게 “우리에게 (손)호영이를 달라.”고 사정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같은 지역의 충훈고 사정이 좋지 않으니,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하여 이정훈 감독의 제의를 정중히 고사한 바 있다.

그러나 충훈고로의 진학은 오히려 손호영에게 기회였다. 그만큼 저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1학년 때부터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투입되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린 손호영은 경기지역에서 손꼽히는 내야 유망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3학년 때에는 물 오른 수비 실력을 과시하며 팀을 이끌기도 했다. 다만, 그 해에 좋은 내야 유망주가 많이 나오면서 프로 입문을 하지 못한 것은 본인에게 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를 오랫동안 지켜 본 홍익대에서 장학금 지급 조건으로 그를 스카우트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장채근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더 나은 내일을 약속했다.

이후 필자는 그의 소식을 접하고자 2014 춘계리그가 한창인 목동구장을 찾았다. 당시 홍익대의 맞대결 상대는 장채근 감독의 모교이기도 한 성균관대였다. 모교를 이겨야 하는 부담감 속에 더그아웃에 나타난 장 감독은 손호영의 거취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잘 있지 않겠는가!”라며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신변에 이상 있는 것은 아닌지 재차 묻자 그제야 장 감독은 “(손)호영이가 야구를 그만뒀다.”라며 짧게 그의 소식을 전달했다. 충훈고 시절 보여 주었던 그의 수비 센스를 생각한다면, 너무 일찍 꿈을 접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장 감독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른 선수들도 좋지만, 내야수 중 (손)호영이도 우리 학교의 기대주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그렇게 ‘충훈의 샛별’이었던 손호영은 잊혀 가는 듯싶었다. 다행인 것은 어린 나이에 일찍 꿈을 포기하려던 순간, 시카고 컵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그는 고교 시절에도 한때 야구를 그만둘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따라서 손호영이 최소한 마이너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애틀 메리너스의 최지만처럼 ‘야구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아직 나이가 어려 ‘성숙’이 덜 된 만큼, 이번에는 자신에게 스스로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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