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구장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는 각 학교의 특징을 나타낼 만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오랜만에 야구부를 창단한 경주고는 경북고에 크게 패했지만, 9회까지 경기를 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상원고는 라인업에 배치된 9명의 선수 중 무려 6명이 2학년이었다. 홈팀 포철고 역시 에이스가 2학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내년 시즌까지 별다른 걱정 없이 팀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식경기 첫 ‘헤드샷 퇴장’, 포항구장에서 나오다!
그런데 포항구장에서 열린 상원고와 포철고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경기 향방을 바꿀 수 있는 ‘돌발 상황’이 전개되어 다시 한 번 더 시선을 끌었다. 정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헤드샷 퇴장’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이었다. 원래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에서 비롯된 규정이었으나, 본 경기를 주관한 이승철 주심은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아마야구 역시 KBO의 규정을 준용한다는 대전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명백한 상황이기도 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상원고의 4회 초 공격을 앞두고 포철고 백운섭 감독은 선발 변진성을 내리고 곧바로 좌완 이강산을 투입했다. 이강산은 5번 김민석에게 볼넷 하나만을 내어주었을 뿐, 4번 김도경을 2루수 플라이, 6번 류효승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7번 정장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바로 그 순간, 이강산은 정장균의 헬멧을 스치는 볼을 던졌다. 이에 이강산은 규정에 따라서 바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불펜에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던 포철고는 급한 대로 2학년 에이스 한승지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제아무리 에이스라 해도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른 상황에서 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승지는 8번 김재진에게 초구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한승지는 만루 상황에서 9번 강대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모면했지만, 모든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장면을 지켜 본 각 구단 프로 스카우트 팀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내심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KT 최재영 스카우트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상황이 프로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라고 입 모아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타자 머리로 향하는 공에 대해 고의 여부없이 즉각 퇴장 명령’을 내리는 것은 선수 보호 차원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시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투수가 던지는 빠른 볼이 타자 피부에 직접 닿는 경우 플레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퇴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심판진의 재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야구 정서에 맞는 규정의 적용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불펜에 늘 투수들이 ‘5분 대기조’로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돌발 상황은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며, 1회부터 선발 투수가 원치 않은 ‘헤드 샷’을 기록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날 경우 몇 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개막을 앞둔 각 구단들이 대비해야 할 문제가 오히려 고교야구를 통해서 처음으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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