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골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11050524290164105e8e9410871751149612.jpg&nmt=19)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패드(Pad)는 무슨 뜻일까. 일상에서 패드라는 말을 접할 기회는 적지 않다. 메모할 때 쓰는 메모 패드, 화장할 때 사용하는 화장솜 패드, 운동할 때 착용하는 무릎 패드와 어깨 패드까지. 서로 쓰임새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무언가를 받치거나 감싸고,충격을 흡수하거나 보호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영어 발음대로 표기해 패드라고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5년 3월24일자 ’102歲(세)를 一期(일기)로 지난 17日(일)逝去(서거)美體育界(미체육계)의元老(원로)스태그氏(씨)‘ 기사에서 ’스태그」가남긴 유산중에는 무릎「패드」「태클링더미」「온사이드킥」「쇼트펀트」「허들」「윈드 스프린트」「페이펀트」「플레이스킥」「프랙티스필드라이트」「차징슬레드」「크로스블로킹」등이 있...‘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는 '태클링 더미','온사이드킥','쇼트펀트','허들','윈드 스프린트'등 생소한 스포츠 용어들도 함께 등장한다. 외국 스포츠 문화와 장비,훈련법이 국내에 소개되던 시대의 흔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무릎 패드'라는 표현이다.오늘날에는 무릎 보호대라는 우리말 표현도 널리 쓰이지만,스포츠 현장에서는 패드라는 외래어가 여전히 자연스럽다.단어가 가리키는 물건의 기능이 명확하고,해당 종목의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고유한 용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영어 사전에서 패드의 역사를 찾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패드의 가장 오래된 의미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보호장비와 조금 다르다. 16세기 중반 영어에서 패드는 짚을 묶어 만든 깔개나 잠자리용 요를 가리켰다. 딱딱한 바닥에 몸을 눕힐 때 충격을 덜어주는 푹신한 물건이었다. 이후 의미가 확장되면서 쿠션이나 완충재,보호를 위해 덧대는 물건을 뜻하게 됐다.다만 이 단어의 정확한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스포츠에서 패드가 본격적으로 쓰인 역사는 크리켓과 관련이 깊다. 19세기 크리켓 선수들은 빠르게 날아오는 공으로부터 정강이와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두툼한 패드를 착용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스포츠 보호장비라는 의미의 패드가 1843년 기록으로 등장한다. 이후 아이스하키 골리도 크리켓에서 사용하던 다리 보호장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초기 골리 패드는 가죽이나 말가죽으로 만들고 안에 펠트와 사슴털, 스펀지 등을 채웠다. 오늘날처럼 가볍고 단단한 합성 소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얼음 위에서 물을 흡수해 무거워지는 단점도 있었다.
+1
아이스하키에서 '골리 패드'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7년으로 확인된다. '골리의 패드'라는 표현이 먼저 쓰였고, 오늘날 익숙한 '골리 패드'라는 명칭은 1954년부터 기록에 나타난다. 캐나다에서 특히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골리 패드는 단순히 퍽을 막는 보호장비가 아니다. 골리가 무릎을 꿇고 다리를 벌리는 버터플라이 자세를 취하면 두 개의 패드는 골문 아래쪽을 가로막는 거대한 방패가 된다. 패드의 크기와 형태,재질은 시대에 따라 진화했고, 골리의 움직임과 경기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보호와 방어라는 본래 기능에 경기 전략의 의미까지 더해진 셈이다.
패드라는 단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영어의 패드는 '덧대어 보호하다'라는 뜻의 동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파생된 '패딩(Padding)'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안에 채우거나 덧대는 재료를 뜻한다. 옷의 보온을 위한 패딩도,운동선수의 보호장비도 같은 의미의 확장선에 있다. 다만 패드와 발걸음이나 길을 뜻하는 별도의 영어 단어 'pad'는 어원이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1
우리는 스포츠 장비의 이름을 무심코 사용하지만, 그 안에는 생활의 역사와 기술의 발전이 담겨 있다. 짚을 깔아 몸을 보호하던 소박한 물건이 오늘날에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퍽을 막아내는 첨단 장비로 발전했다. 이름은 그대로인데 기능과 재료는 완전히 달라졌다. 골대 앞에 선 골리의 두툼한 패드에서 500년 가까운 생활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