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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37] 스키점프에서 왜 ‘노멀힐((normal hill)’이라 말할까

2026-10-15 16:24

2026 동계올림픽 남자 개인 노멀힐 금메달리스트 독일의 필립 레이먼드가 시상대에서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6 동계올림픽 남자 개인 노멀힐 금메달리스트 독일의 필립 레이먼드가 시상대에서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키점프 중계를 보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노멀힐(normal hill)’이다. 스키를 타고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와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종목인데, 그 경기장이 ‘정상적인 언덕’이라니. 그렇다면 더 멀리 날아가는 ‘라지힐(large hill)’은 비정상적인 언덕이란 말인가. (본 코너 1912회 ‘왜 ‘스키 점프’라고 말할까‘ 참조)

물론 그렇지는 않다. 노멀힐이라는 이름은 선수의 행동이 정상적이라는 뜻도, 경기장이 평범한 언덕이라는 뜻도 아니다. 스키점프 경기장의 규모를 구분하기 위해 정착한 기술적 명칭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90년대부터 노멀힐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98년 2월3일자 ’알파인스키엔 5개 세부종목‘ 기사에서 ’스키점프는 노멀힐(Normal Hill)과 라지힐(Large Hill),팀라지힐 등 세 종목이 있다‘고 전했다. 1998년은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해이자,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해였다. 국내에서는 이미 1996년 무주에 노멀힐과 라지힐 경기장이 조성됐고, 스키점프가 국제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기반을 넓혀가고 있었다.

다만 1998년 기사를 ‘최초 용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보다 앞선 신문과 잡지, 체육 관련 자료에서도 같은 표현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표현한다면, 1990년대 후반에는 노멀힐이 국내 언론에서 스키점프의 공식적인 세부 종목을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신중하다.

영어 ‘normal’은 ‘규범에 부합하는’, ‘표준적인’, ‘정상적인’이라는 뜻을 지닌다. 어원은 라틴어 ‘normalis’로, ‘직각자에 따른’, ‘규칙이나 기준에 맞는’이라는 의미와 연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범하다’는 일상적 의미보다 ‘일정한 기준에 부합한다’는 본래의 의미다.

스키점프에서 노멀힐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경기장을 일정한 규격에 따라 분류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지, 그보다 큰 경기장이 비정상적이거나 예외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의 경기장 분류에서 노멀힐은 힐 사이즈(HS) 85~109m, 라지힐은 110~184m에 해당한다. HS는 도약대에서 착지 구역의 끝까지를 기준으로 경기장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노멀힐의 ‘노멀’은 오늘날의 규격 체계 안에서 하나의 규모를 가리키는 분류명으로 읽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노멀힐이라는 명칭이 처음 만들어진 순간의 정확한 작명 경위까지 명확하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말이 특정 인물의 발언이나 단 한 번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경기장 규모를 구분하는 국제 스포츠 용어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멀힐이라는 명칭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동계올림픽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키점프는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초기 올림픽에서는 오늘날처럼 노멀힐과 라지힐을 나눠 경기를 진행하지 않았다.

두 규모의 경기장이 올림픽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4년 인스브루크 대회다. 이때 노멀힐과 라지힐 경기가 구분되면서 두 경기장의 명칭도 스포츠 중계와 기록 체계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경기장 규격과 측정 방식은 계속 바뀌었지만, 두 명칭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키점프 선수에게 노멀힐은 결코 평범한 장소가 아니다. 짧은 순간에 속도를 끌어올리고, 도약하고, 공중에서 자세를 유지한 뒤 착지해야 하는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경기장이다. 그곳에 붙은 노멀이라는 단어는 선수의 도전을 평범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도전을 같은 규칙 아래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이름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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