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단어 edge’는 고대 영어 ‘ecg’에서 유래했다. 원래 물체의 가장자리나 뾰족한 끝을 뜻했으며, 특히 칼이나 검의 날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였다. 이 어원은 게르만어 계통의 오래된 단어들과 연결된다. 오늘날 ‘가장자리’, ‘날’, 나아가 ‘우위’라는 뜻까지 갖게 된 것도 이 단어가 지닌 경계와 날카로움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골프에서 사용하는 에지도 스키의 엣지와 같은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골프에선 클럽 헤드의 특정 부분에서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뜻하고, 퍼팅그린의 가장자리 또는 그린과 주변 프린지·러프가 맞닿는 경계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엣지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40년 1월16일자 ‘朝鮮(조선)은氣候關係(기후관계)로 練習量(연습량)이不足(부족)하다’ 기사에서 ‘스케―트날(엣지)의重要性(중요성)을 잘認識(인식)하지못한것갓다’고 적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스케이트 날’이라는 우리말 표현 뒤에 엣지라는 외래어를 괄호로 병기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기사가 작성된 1940년 무렵에는 스포츠 현장에서 사용되는 날을 가리키는 용어로 엣지가 국내 신문 지면에 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기록만으로 우리나라에서 엣지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날 스키 강습과 경기 해설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이 단어가 이미 일제강점기 스포츠 기사에도 등장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1940년 신문에 등장한 엣지와 오늘날 스키어들이 말하는 엣지 사이에는 긴 시간이 놓여 있다. 그러나 두 용례는 스포츠 장비의 작은 날이 경기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통으로 보여 준다. 엣지는 단순히 장비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스포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도 함께 축적되어 온 전문용어인 셈이다.
숙련된 스키어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엣지를 항상 강하게 사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회전의 시작에서는 기존 엣지의 압력을 풀고 새로운 방향으로 스키를 전환해야 한다. 회전이 진행되면 적절한 엣지 각도와 하중을 이용해 설면을 붙잡는다. 회전의 마무리와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엣지의 사용 정도는 달라진다.
얼음처럼 단단한 사면에서는 엣지가 제대로 물리지 않으면 스키가 옆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급격하게 엣지를 세우거나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 압력을 가하면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좋은 엣지 기술은 날을 얼마나 세게 세우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각도로 세우고 얼마나 적절하게 힘을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키어는 엣지를 통해 설면의 상태를 느끼고,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며, 다음 동작을 결정한다. 엣지는 장비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스키어의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인 셈이다.
칼의 날이 물체를 가르는 경계라면, 스키의 엣지는 눈을 붙잡는 경계다. 스키 바닥의 양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엣지는 설면과 접촉하면서 스키어의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키를 기울이면 엣지가 눈에 물리고, 그립이 형성되면서 회전의 궤적과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물론 실제 회전은 엣지뿐 아니라 스키의 사이드컷, 하중, 속도, 설질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엣지는 그 복합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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