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는 10일 광주에서 SSG를 8-5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김도영이 시즌 44호 투런포를, 카스트로가 홈런 두 방을, 나성범이 31호 홈런을 터뜨렸다. 중반까지 이어진 접전을 중심 타선의 장타가 깼다. 이제 KIA는 롯데전과 LG전 중 한 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없이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한다.
다른 길도 있었다. 롯데전에 김태형 등 무게감이 덜한 선발을 내고, 일이 꼬이면 올러를 12일 LG전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순서를 뒤집었다. 가장 믿을 만한 카드를 먼저 써서 최종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다.
상대 사정을 보면 이해가 가는 결정이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롯데는 시즌 막판 선수단 정리에 들어가며 이미 다음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한 번만 이기면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기다리는 KIA와는 동기부터 다르다.
대진도 KIA 쪽으로 기운다. 올러는 올해 롯데전에 한 번 나서 완봉승을 거뒀다. 상대 타선을 압도해 본 기억은 큰 자신감이다. 롯데 선발 김진욱은 KIA전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72로 무난했지만 최근 KT전에선 4이닝 7실점으로 흔들렸다.
이 감독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올러가 초반부터 롯데 타선을 누르고, 타선이 넉넉히 점수를 뽑아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끝내는 것이다. 마무리 전상현이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12일 LG전은 승패 부담 없이 주전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실전 감각이 필요한 선수들을 점검하는 무대가 된다.

효과는 3위 확정 이상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건너뛰는 만큼 투수진에 충분한 휴식을 주고 준플레이오프에 맞춰 로테이션을 다시 짤 수 있다. 1차전 올러, 2차전 네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가 제 몫을 하면 5전 3선승제 시리즈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이고 불펜 부담도 덜 수 있다. 다만 실제 순서는 휴식일과 컨디션을 보고 정해야 한다.
이 모든 구상은 11일 승리가 전제다. 올러를 쓰고도 지면 LG와의 최종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가장 믿을 만한 선발은 이미 쓴 뒤다. 올러는 올 시즌 LG전 5경기 평균자책점 2.40으로 강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선발로 나설 수는 없다. 김태형이나 양현종이 대안이지만 올러만큼 계산이 서는 카드는 아니다. 게다가 LG는 3위 경쟁 당사자다. 롯데전 패배는 한 경기를 잃는 데 그치지 않고 마지막 승부의 가장 강한 무기를 소진했다는 뜻이 된다.
불펜 사정은 더 복잡하다. KIA는 10일 선발 시라카와 뒤로 이의리, 이태양, 곽도규, 성영탁, 조상우, 전상현을 총동원했다. 3위가 걸린 만큼 가용 자원을 모두 쏟았지만, 이런 총력전이 이어지면 체력과 회복이 문제가 된다.
변수는 전상현이다. 11일에도 나서면 3연투가 된다. 마무리에게 상당한 부담인 데다, 그렇게 던지고도 승리를 놓치면 12일엔 사실상 쓰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믿을 만한 마무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투구 수와 몸 상태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둔 팀이 3연투 뒤 또 등판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감독이 올러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바라는 이유다.
가장 경계할 장면은 올러가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뒤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다. 에이스와 필승조를 모두 쓰고도 이기지 못하면 최종전 운영은 한층 어려워지고 타선의 부담도 커진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던 순위 싸움이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면 선수들이 느낄 압박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렵다.

3위와 4위의 차이도 생각보다 크다. 4위는 1승이나 무승부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이점이 있지만, 추가 경기 자체가 선발 순서를 흐트러뜨리고 불펜을 갉아먹는다. KIA가 4위로 밀리면 선발진이 강한 두산과 만날 수 있고, 첫판을 놓치면 2연패로 탈락할 위험도 있다. 통과하더라도 이미 적잖은 전력을 쓴 채 준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다.
이 감독은 불확실성을 마지막 날까지 남기는 대신 강한 카드로 위험을 일찍 걷어내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강한 카드를 먼저 쓴다는 건 실패 시 남는 대안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하면 탁월한 승부수, 실패하면 책임이 따르는 전략이다.
롯데전 승리는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과 마운드를 정비할 시간을 안긴다. 패배는 에이스와 필승조를 소진한 채 최종전에 나서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하루 먼저 모든 것을 끝내려는 이 감독의 승부수, 그리고 KIA의 가을 출발선이 이제 올러의 어깨에 달렸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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