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노르웨이의 스키어들이 눈 덮인 가파른 산비탈이나 울퉁불퉁한 지형을 안전하게 내려오기 위해 지그재그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던 관습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근대 스키 스포츠로 발전하면서 여러 개의 기문(gate)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경기가 되었고, 한국에서는 이를 뜻이 통하도록 회전(回轉)으로 번역하여 부르게 됐다.
회전이라는 말은 한자문화권인 한중일에서 오래전부터 써왔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회전이라는 단어는 국역 6회, 원문 23회 등 총 29회가 검색된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써왔던 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용어로서 회전은 근대 스포츠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일본식 한자 번역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은 서구의 문물과 스포츠 용어를 자국어로 번역하면서 한자를 조합해 조어를 만들거나 기존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영어의 슬라롬(slalom)경기는 기문 사이를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며 돌아 내려오는 특성을 갖는다. 일본인들은 이 움직임의 핵심이 '방향을 바꾸어 돈다'는 것에 주목하여, 한자 '회전(回転, かいてん)'이라는 번역어를 만들었다. 스키뿐만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등의 종목에서도 이 용어가 쓰였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본격적으로 슬라롬, 회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2년 2월11일자 ‘全日本(전일보)스키大會(대회)二三兩日記錄(이삼일양일기록)’ 기사에서 각 종목별 기록을 전하면서 ‘슬라럼’이라는 표기가 등장한다. 1930년대 초반 이미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 지면에 슬라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는 것은, 당시 조선의 체육계와 언론이 국제적인 스키 경기 종목의 명칭과 규칙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본 체육계가 서구의 ‘slalom’을 ‘회전(回転)’으로 번역해 쓰던 관행이 언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해방 이후 체육 행정과 용어 정비 과정을 거치며 ‘회전’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굳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알파인 스키의 회전(slalom)종목은 속도만을 겨루는 활강과 달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체적·기술적 제어의 극한을 보여주는 동계올림픽의 핵심 종목이다. 스키는 원래 북유럽의 크로스컨트리나 점프(노르딕 종목) 중심으로 올림픽에 채택되어 있었다. 그러다 알프스 산맥의 가파른 지형에서 발달한 알파인 스키가 1936년 제4회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 비로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본 코너 1908회 '‘알파인 스키’의 ‘알파인’은 어떤 의미일까', 1909회 '‘노르딕 스키’에서 ‘노르딕’은 어떤 의미일까' 참조)
당시에는 활강과 회전이 합쳐진 ‘복합(combined)’형태로 먼저 올림픽에 데뷔했으며, 이후 세부 종목들이 독립적으로 분화됐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부터 활강과 회전이 각각 남녀 개인전의 독립된 정식 세부 종목으로 분리됐다. (본 코너 1915회 '스키에서 왜 ‘활강(downhill)’이라 말할까' 참조)
초기 회전 경기는 지금보다 장비의 성능이 제한적이고 코스 정비 기술이 원시적이어서 완주율 자체가 낮았다. 현대에 와서는 카빙 스키의 도입과 첨단 코스 안전 장비 덕분에 더욱 역동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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