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에도 이 단어가 들어간 종목이 있다. 바로 ’프리스타일 스키(freestyle skiing)‘다. 말 그대로 옮기면 ‘자유로운 방식의 스키’다. 하지만 이 이름에는 단순히 멋대로 스키를 탄다는 의미 이상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오늘날 프리스타일 스키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모굴, 에어리얼, 스키 크로스,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등 다양한 세부 종목으로 나뉘며 공중 동작과 회전, 점프, 속도, 기술을 겨룬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화려한 종목 체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의 스키 경기는 크게 속도를 겨루는 알파인 경기와 거리를 겨루는 크로스컨트리 등 비교적 명확한 규칙과 코스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본 코너 1908회 ‘‘알파인 스키’의 ‘알파인’은 어떤 의미일까‘, 1910회 ’왜 ‘크로스컨트리 스키’라고 말할까‘ 참조)
반면 새로운 세대의 스키어들은 스키를 단순히 산을 내려오는 도구가 아니라 몸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점프하고, 회전하고, 공중에서 자세를 만들고, 눈 위에서 곡예에 가까운 동작을 선보이는 스키였다. 그래서 이 새로운 흐름을 설명하는 말로 ‘freestyle’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 경기의 정형화된 기술과는 다른,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스키라는 의미였다.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hot dogging(핫도깅)’이다. 1960~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젊은 스키어들은 기존의 알파인 스키 기술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슬로프에서 점프를 하고, 범프를 넘으며, 회전과 자세를 섞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들을 가리켜 ‘핫도거(hot dogger)’라는 표현이 쓰였다. 오늘날의 프리스타일 스키어와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당시 새롭게 등장한 자유로운 스키 문화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이 시기의 스키는 경기이면서 동시에 공연에 가까웠다. 누가 더 빨리 내려오는가뿐 아니라 누가 더 독특하고 화려하게 스키를 구사하는가가 중요해졌다.
오늘날 프리스타일 스키가 보여주는 ‘스타일’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프리스타일 스키가 처음부터 올림픽을 목표로 만들어진 종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초기 프리스타일 스키는 기존 경기의 규칙과 거리를 두면서 성장했다. 자유로운 동작과 개성, 쇼맨십이 중요한 문화였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들의 기술이 발전했고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얼마나 잘하는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해졌다. 그 과정에서 프리스타일 스키는 하나의 독립적인 경기 종목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에는 국제적인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국제스키연맹(FIS)은 프리스타일 스키를 공식적인 경기 영역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모굴과 에어리얼 등이 시범 종목으로 등장했고,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모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프리스타일 스키는 올림픽 무대에 들어섰다.
여기서 재미있는 역설이 생긴다. 이름은 ‘프리스타일’, 즉 자유로운 방식의 스키인데 현대의 프리스타일 스키는 오히려 매우 정교한 규칙을 갖고 있다. 모굴에서는 턴과 속도, 공중 동작 등을 평가하고, 에어리얼에서는 고난도 공중 기술을 수행한다. 하프파이프에서는 벽을 이용해 점프와 회전을 펼치고, 슬로프스타일에서는 여러 장애물을 연결해 기술을 선보인다.
‘자유롭게 탄다’는 말이 ‘규칙이 없다’는 뜻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를 보면 자유로운 표현을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규칙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그 자유를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경기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프리스타일 스키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종목명이 아니라, 스키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가 들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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