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인(Alpine)'의 어원은 유럽 중앙부에 웅장하게 뻗어 있는 알프스산맥(The Alps)에서 유래한다. ‘알프스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알피누스(Alpinus)’에 어원적 뿌리를 두고 있다. 라틴어 ‘Alpes’는 명확하진 않지만 고대 라틴어로 ‘높다’는 뜻인 ‘알투스(altus)’나 ‘하얗다’는 뜻인 ‘알부스(albus)’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눈이 하얗게 쌓인 높은 산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영어권으로 넘어와 ‘Alpine’이라는 단어가 됐다. 이러한 어원 때문에 현대에는 단순히 알프스산맥 지역을 뜻하는 것을 넘어, 알파인 스키처럼 ‘가파르고 험준한 고산 지형 특유의 성격이나 기술’을 가리키는 말로 두루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치며 일제강점기 때부터 알파인 스키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30년 1월16일자 ‘雪(설)의魅力(매력)스키의快愉(쾌유)(三(삼))’ 기사는 ‘스키—의締具(체구)에種類(종류)가자못만흐나 大體(대체)로스커—締具(체구)는노—웨이系締具(계체구)와 알파인系締具(계체구)로大別(대별)하면足(족)하다’고 적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체구(締具)'라는 단어는 오늘날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를 고정하는 장치인 '바인딩(Binding)'의 당시 한자식 표현이다. 1930년대 언론 기사가 '스키의 쾌유(즐거움)'를 다루고 장비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스키가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 '근대적인 스포츠와 여가 활동'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증명한다. 1930년대 언론 기록에 담긴 이러한 표현들은 '알파인'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지명을 넘어, 한국 근현대 스포츠 도입기의 역사와 기술 발전의 궤적을 함께 품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과거 알프스산맥 주변의 눈 덮인 지역 원주민들에게 스키는 스포츠가 아닌, 깊은 눈에 파묻힌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고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 실용적인 이동 기술이 유럽 전역과 북미로 전파되면서, 알프스 지역 고유의 스키 주행 및 활강 스타일이 하나의 독립된 문화이자 스포츠로 정립됐다. 즉, 이름 자체에 유럽 최고봉 산맥의 거친 지형적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본 코너 1907회 ‘왜 '스키(ski)'라고 말할까’ 참조)
오늘날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알파인 스키는 다운힐(활강), 슈퍼대회회전, 대회회전, 회전 등으로 세분화되어 최고 시속 100km를 넘는 극한의 속도감을 겨룬다. 하지만 이 짜릿한 스피드의 이면에는 자연의 거친 중력과 급경사라는 물리적 한계를 정교한 기술로 제어하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깎아지른 절벽 같은 산세를 정복하고자 했던 과거 산악인과 스키어들의 도전 정신이 현대 스포츠의 세련된 문법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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