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이유로 가장 많이 꺼내는 말 중 하나다. 좋은 선수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감독이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케빈 캐시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례다.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뉴욕 메츠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구단이 아니다. 슈퍼스타 영입도 드물고, FA 시장에서 이름값 높은 선수를 데려오는 팀도 아니다. 오히려 매년 주축 선수가 빠져나가는 팀이다.
그런데도 탬파베이는 계속 경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케빈 캐시 감독이 있다. 캐시는 2015년 탬파베이 지휘봉을 잡은 뒤 12년 팀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한두 번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이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매년 전력이 바뀌는 환경에서 꾸준히 승리하는 방법을 보여줬기 때문에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캐시가 특별한 이유는 좋은 선수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없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저평가받던 선수를 살리고, 젊은 선수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투수 운용으로 상대보다 한발 앞섰다. 선발 투수의 개념을 바꾼 오프너 전략, 세밀한 불펜 운용, 상황별 맞춤 전략은 탬파베이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효율적인 팀으로 만들었다.
물론 탬파베이의 성공은 캐시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뛰어난 스카우팅, 육성 시스템, 데이터 분석 조직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감독은 그 시스템을 경기장에서 결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롯데가 충분한 지원을 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전력 보강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명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좋은 선수만 받아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다. 부족한 환경에서도 팀의 방향을 만들고, 선수의 능력을 끌어내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 시절 이미 그런 능력을 보여줬다. 강팀을 만들었고, 선수단을 장악하며 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 팬들의 기대는 더 컸다.
하지만 롯데에서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났느냐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캐시는 더 어려운 조건에서도 매년 답을 만들어냈다.
결국 감독의 평가는 환경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을 만들기도 하지만, 좋은 감독은 평범한 선수를 좋은 팀의 일원으로 만든다.
캐시의 12년 장기집권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지원이 부족한 팀에서 감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김태형 감독에게 향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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