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일본전은 한일전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총력전이 예상됐으나, 현재 판세는 냉혹한 실리주의를 요구한다. 대만이 호주에 덜미를 잡히면서 B조 2위 싸움은 한국과 대만, 호주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일본에 패하더라도 대만과 호주를 모두 꺾으면 3승 1패로 자력 8강 진출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일본을 잡고도 호주나 대만 중 한 팀에게 덜미를 잡히면 승자승과 득실차를 따지는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WBC 특유의 투구 수 제한 규정이다. 일본전에서 투수들을 소모하는 것은 8일 대만전과 9일 호주전 마운드를 스스로 비우는 자폭 행위가 될 수 있다. 특히 호주가 대만전에서 주력 투수들의 투구 수를 철저히 관리하며 한국전 전원 등판 대기 상태를 만든 점은 류지현 감독의 머릿속을 더욱 하얗게 만들고 있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한일전 대패'라는 비난의 화살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본전을 전략적 후퇴의 무대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선발이 초반에 흔들릴 경우 필승조를 아끼고 비주류 자원을 활용해 이닝을 때우는 이른바 '버리는 패' 전략이다. 대신 여기서 아낀 화력을 8강행의 최대 고비인 대만전(총력전)과 호주전(결사전)에 쏟아붓겠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고차방정식의 유일한 변수는 타선이다. 내보낼 투수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타선이 초반부터 대량 득점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류지현호의 마운드 운용은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타선의 화력 지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
류지현 감독이 국민 정서와 8강 티켓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쪽을 향해 방동사니를 던질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시선이 7일 도쿄돔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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